4월 의령 의병제전을 맞아 의령군민들이 큰줄 만들기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의령 큰줄은 2005년 세계에서 가장 큰 줄로 기네스북에 공식 등재된 바 있다.

우리 선조들은 일찍부터 '줄땡기기'를 통해 대동단결을 도모하는 전통민속 놀이를 해왔다. 그래서 줄을 당기는 데 목적이 있기도 하지만 줄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합심해서 볏짚을 나르고, 줄을 만드는 공동작업에 참여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지난 86년 제14회 의병제전 행사 시 동·서 양군이 협의해 경계설정을 한대로 군청에서 의병탑을 잇는 대로를 동·서 양군의 경계기준으로 한다. 양군은 기를 세워 축제 분위기를 조성한다. 동군은 의령읍·용덕·정곡·지정·낙서·부림·봉수면·함안·창녕이고, 서군은 의령읍·가례·칠곡·대의·화정·궁류·유곡·진주·합천이다. 한마디로 낙동강과 남강을 사이에 두고, 의령, 함안, 창녕, 함안과 합천, 진주에 이르기까지 임진왜란 때 백성들과 의병들이 힘을 모아 왜적을 물리친 대동단결 정신을 기리는 모양새다.

의령의 대표적 민속놀이인 의령 큰줄땡기기는 1800년대부터 매년 음력 정월대보름날 수천 명이 참여한 가운데 1910년대까지 연례행사로 치러졌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때 일시 중단된 뒤 지난 1975년부터 의병제전 부대행사로 치러졌고 2005년부터는 3년마다 한번씩 선보이고 있다. 한때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시절 '영산줄'은 1982년부터 고려대 이화여대 부산대 서울대 전북대 영남대 등 대학에 들불처럼 보급돼 당시 전국대학의 '축제'를 청년학생들의 '대동제'로 바꾸는 데 큰 구실을 했다. 5공 독재 치하에서 공동체를 가꾸고 통일을 기원하는 데 이만한 놀이가 없었던 것이다.

앞으로 경남도는 진주 유등축제와 의령큰줄땡기기, 창녕 3·1줄다리기 문화제 등을 융합해 남강과 낙동강을 따라 남쪽 창원, 김해, 양산에 이르기까지 지자체간 협치를 통해 주민 자발성에 기초한 큰 축제를 기획한다면, 이 또한 경남의 대표 축제가 되어 그동안 강을 사이에 두고 생긴 정치사회적 갈등도 해소할 좋은 기회가 되지 않겠는가. 특히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두고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를 보면서, 탄핵이 끝나면 이러한 반목도 한판의 줄다리기로 끝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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