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지정은 문화재를 제대로 복원하고 관리하기 위한 제도이다. 문화재 지정만 해 놓고 복원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법 제정의 의미가 없다. 더욱이 문화재 지정으로 현지 주민들과 갈등이 생긴다면 문화재 보존의 정당성마저 위협받게 된다. 사라져가는 문화재를 존속시키는 것은 시대의 의무 중 하나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지혜롭게 문화재도 살리고 현지인에게 긍지를 갖게 하는 문화재 정책이 있어야만 그것이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경남도 문화재로 지정된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포성지는 문화재 보존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합포성지가 있는 합성1동 주민들은 지역의 자랑거리인 합포성지를 문화재 지정에서 해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제대로 된 복원과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동네 애물단지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합포성지는 고려 우왕 때 쌓은 성으로 조선 초기 남해안 읍성의 전형적인 축조방식을 보여주며 1976년 도 지정 문화재가 되어 일부 복원됐다. 그만큼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복원 과정과 관리는 한마디로 엉망인 수준이다. 본래 있던 성돌은 마산만 매립에 사용되어 복원과정에서는 외부의 돌을 사용한 것부터 주민들은 불만이다. 복원은 훼손으로 인식되었고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주민들조차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여기에다 해자가 비행 청소년들의 놀이터가 되어 버렸다. 주민들로서는 긍지를 느낄 수가 없고 자연스럽게 재산권 침해를 호소하게 되었다.

문화재의 보존은 결국 해당 관청과 주민들이 문화재 보호를 위해 얼마나 협력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까지 결과로는 경남도와 창원시의 노력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러니 현지 주민들이 소중한 지역 자산을 애물단지로 인식하는 것 아닌가. 경남도 지정 문화재가 적지 않다. 다른 문화재들도 엉터리 복원과 부실 관리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이참에 주민이 참여하는 제대로 된 문화재 정책을 새로 짤 것을 주문한다. 주민들도 우선 당장의 이익 추구보다는 문화재를 활용한 지역 발전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유럽 등 문화 선진국들이 문화재를 인식하는 것을 본받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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