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징검다리 휴일 임시 공휴 계획
시행하려면 민간 동참 방법 고민을

불황일 때는 팔려는 사람은 많은데 사려는 사람은 없다. 일자리는 귀하고 일하려는 사람은 넘쳐난다. 물건이 팔리지 않아 재고만 쌓으며 돌아가던 공장이 문을 닫는다. 불황이다. 2017년 2월 말 현재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동의하는 말이다.

정부가 5월 첫째 주 징검다리 휴일 중간에 끼어 있는 평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지난 23일 '내수 활성화 방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이다. 정부가 고민하고 있는 것은 5월 1일 노동절, 3일 석가탄신일, 5일 어린이날 등 휴일이 징검다리로 이어지는데 그 사이에 끼어 있는 평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느냐 마느냐이다. 임시공휴일 지정이 되면 4월 29일부터 5월 7일까지 최장 9일의 황금연휴가 만들어진다. 긴 연휴를 보장함으로써 여행·관광·쇼핑 등 국민 지출을 늘려 내수진작 효과를 가져오도록 하겠다는 계산이다.

정부가 고민하는 것은 임시공휴일 지정은 공무원에게 해당되고 민간기업에는 강제력이 없어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대기업, 금융기관과 노동조합이 잘 조직되어 있는 기업이 동참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상당수의 노동자와 자영업자들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정부의 '임시공휴일 지정 검토'를 보도한 기사에 달린 댓글을 살펴보면 대체로 부정적이다. 공무원과 대기업, 혹은 귀족노조를 위한 정책일 뿐이라는 불만이 대부분이다. 이런 반응은 대다수 노동자에게는 '팔자 좋은 남의 일'일 뿐이고, 혹은 연휴를 보장해줘도 쓸 돈이 없어 허리띠만 바짝 졸라매야 하는 이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번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은 미국의 '그레이트 캐피톨힐 베이비시팅 협동조합' 사례를 통해서 불황 타개책을 설명했다. 일과 육아에 부담이 많았던 사람들이 베이비시팅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조합은 쿠폰을 발행했다. 쿠폰 한 장으로 1시간 동안 아이를 맡길 수 있다. 하지만 부모들은 미래를 위해, 혹은 돌발상황을 대비해 쿠폰을 쓰지 않고 모으려고만 했다. 그대로 두면 조합이 망할 것이 뻔했다. 조합원들이 쿠폰을 쓰게 만드는 것이 문제해결의 열쇠였다. 쿠폰이 유통되어야 조합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합은 쿠폰의 공급을 늘리고 일정 기간에 의무적으로 일정량의 쿠폰을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것으로 조합의 불황을 타개할 수 있었다. 아마도 우리가 알지 못하지만 다른 방식의 해법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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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톨힐 협동조합의 사례에다 '대기업 중심의 부의 양극화'만 갖다 붙이면 현재 우리 경제에 꼭 들어맞는 상황이 아닐까 싶다. 우리 경제에도 어떻게 하면 '쿠폰' 사용을 늘릴지 여러 가지 고민이 필요하다. 정부의 임시공휴일 지정 검토도 이런 고민의 한 부분일 것이다. 시행하려거든 더 많은 민간영역까지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까지 함께 고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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