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창원 가음정 전통시장 뒷길 권리는 누구 것
가게 앞 노점상 운영 부부 - 영업 확장하려는 건물주 대립
구청선 단속 못 해 법적조치 한계…상인회 등 중재 필요

"33년째 여기서 채소를 팔고 있는데, 갑자기 이렇게 나가라고 하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30년 넘게 남의 가게 앞에서 공짜로 장사했으면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 아들도 먹고살아야 한다!"

전통시장 안에 있는 시 소유인 뒷길(이면도로) 권리는 누구한테 있을까. 창원시 성산구 '가음정 전통시장' 안에서 다른 사람이 운영하는 한 가게 앞에서 30년 넘게 노점을 한 부부와 경기불황 속 다른 영업 확장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건물주가 충돌하고 있다.

가음정 전통시장 입구에서 올해로 33년째 채소를 파는 ㄱ ·ㄴ 부부는 "억울하다"고 했다. 지난 25일 새벽 건물주가 노점 물건들을 걷어낸 탓이다. 새벽 일찍 100만 원어치 넘게 채소를 가지고 왔는데, 건물주가 예고도 없이 옮겨놓는 바람에 인근 상인들에게 헐값에 겨우 다 팔았다고 했다.

이들 부부는 이 노점이 각별하다고 했다. 노점에서 깻잎과 배추 등을 30년 넘게 팔아서 딸 셋을 키울 수 있었고, 25평짜리 아파트도 마련할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둘째 딸이 새 트럭을 사라고 돈을 일부분 보태줬고, 조금씩 할부를 갚아가는 중이라고도 했다.

ㄱ 씨는 "시에서 중재를 해서 노점을 최대한 줄이라고 했다. 기존보다 절반 정도로 줄였다. 우리도 그냥 사용하는 게 미안해서 월 20만 원을 내겠다고 했지만 건물주는 비켜달라고 했다. 건물주와 싸우는 과정에서 아내가 협심증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약도 매일 먹어야 한다. 소송을 하면 건물주는 벌금 정도만 받으면 되는 것으로 안다.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다."

건물주 ㄷ·ㄹ 부부도 답답하기는 매한가지다. 지난해 8월 가게를 인수했고, 현재 아들이 '닭강정'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아들도 창업자금 5000만 원을 대출받아 차린 가게라고 했다. 하지만 올 초 조류인플루엔자(AI)가 온 나라에 퍼지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급한 마음에 3월부터 노점 자리에다 돈가스 등을 튀겨 팔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ㄷ 씨는 "노점 자리가 필요 없는 공간이면 세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도 절박하다. 인근 가게들을 봐라. 모두 자기 점포 앞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 우리도 필요에 의해서 비켜달라는 거다. 정말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단지 오랫동안 남 가게 앞에서 장사했다는 이유로 내 땅이라고 주장하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당장 나가라고 했던 것도 아니다. 2015년 12월부터 비워달라고 했다. 왜 우리 가게 앞만 이렇게 되어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성산구청 안전건설과 관계자는 "닭강정 가게에서 노점 단속을 해달라고 해서 나가봤지만, 전통시장 안은 건물주와 기존 노점이 상생하는 곳이기에 단속을 할 수 없다고 했고, 25일 물건을 이동한 부분에 대해서는 노점주에게 민·형사상으로 풀 수밖에 없다는 원론적인 답을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다만, 27일 오후 가음시장 상인회와 전통시장 관련 부서에 협조 요청을 해서 적극적으로 중재해달라고 한 상태"라고 말했다.

김석규 창원시의원도 "낮에는 노점에서 쓰고, 밤에는 가게에서 사용하는 중재안을 내기도 했었다"며 "법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참 갑갑하다"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