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장기화는 신생 기업들에 큰 타격을 입힌다. 최근 동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기준 '경남 기업생명 행정통계'에서 경남지역 활동기업 중 신생 기업은 14.7%로 나타났다. 그러나 창업이 활발한 것과 비례해 오래 버티지 못하는 기업도 많았음이 확인됐다. 2014년 기준 경남지역 기업 1년 생존율은 60.4%이며, 5년(2009~2014) 생존율은 25.4%로 나타났다. 그나마 5년 생존율은 2012년 30.4%보다 더 떨어진 것이다. 시·군별 통계를 보면 2014년 5년 생존율이 가장 낮은 곳은 고성(20.8), 통영(21.1%) 거제(22.8%) 등 조선산업 침체를 겪은 지역들이었다.

창업기업의 짧은 수명을 막으려면 음식점과 예술·스포츠 업종에 창업자들이 몰리는 것을 막고 마케팅 능력을 지원하는 등 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경제구조를 바꾸는 접근이 필요하다. 창업기업가들 중 상당수는 실직으로 고용시장에서 배제되거나 불완전 고용으로 내몰릴 위험을 겪은 사람들이다. 구조적으로 생존이 어려운 판에 뛰어든 만큼 실패는 예견된 일이었다. 창업 난립은 영업 이익 타격으로 돌아오며 이 악순환 원인 중 하나에 가계소비 부진이 있다. 고용과 창업에 치명타를 안기는 극도로 부진한 소비는 가계 가처분소득을 높임으로써 소비 심리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해결해야 한다. 가계에 돈이 돌게 하려면, 비정규직 노동자 임금 인상, 비정규직 고용이 다수인 협력업체를 쥐어짜는 대기업 횡포 근절, 대기업에 집중된 경제력 분산 등 한국 경제 틀을 바꾸는 근본 개혁과 만나게 된다.

노동자와 중소기업, 가계가 고통을 겪는 동안, 10대 그룹 사내유보금은 2009년 271조 1000억에서 2014년 515조 9000억으로 5년 새 2배가량 높아졌다. 대기업들이 쌓아둔 돈을 풀게 하기는커녕 그들과 불법적으로 결탁해 뇌물을 챙긴 박근혜 정권이 경제 위기를 풀 수 없음은 당연했다.

총체적인 경제위기를 벗어나는 데는 일자리 나누기 등 사회적 대타협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일은 독선적으로 밀어붙일 수 없다. 이해관계가 다른 집단을 설득할 수 있는 역량과 경제민주화 의지가 확고한 정부만이 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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