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지역 노동운동가들과 술자리를 하면 '마창노련'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그때는 회사 안에서도 치열하게 싸웠지만, 다른 조직이 투쟁하거나 힘들면 공장 울타리를 넘어서 적극적으로 연대했다. 마창노련 정신은 연대다, 연대!" 마창노련은 1987년 12월 14일 창립해 1995년 12월 16일 해산한 '마산창원노동조합총연합' 줄임말이다.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이하 거통고)가 5일 창립했다. 거통고는 금속노조 경남지부(지부장 홍지욱)가 수년간 인력과 재정을 투입하고, '거제통영고성 조선소 하청노동자 살리기 대책위' 활동이 만든 성과물이다.

출발은 일단 조합원 36명으로 시작했다. 크고 작은 조선소와 관련 업체가 밀집해 있는 3개 시·군 지역이 기반이고 사내 하청노동자를 가입 대상으로 한다. 정규직·사업장 단위가 아니다. 수시로 '옮겨다니는 때가 잦은' 조선소 하청노동자 고용 구조 탓이 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들 하청 노동자가 기댈 만한 조직은 거의 없다. 업체에 정당한 노동 대가를 요구하는 것조차 버겁다. 업체에 요구라도 하면 '블랙리스트'에 오른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거통고는 노조 문턱도 없애고자 한다. 먼저 연대위원회를 둬 정규직 노동자, 정당,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와 함께 공유하고 토론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일부터 시작하고자 준비 중이다. 앞으로 지역 정규직 노동자나 정당,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를 모두 지회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거나, 조합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운영위원회에 정규직 노동자, 정당, 시민단체 활동가 참여를 보장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신선한 실험이랄 수 있겠다. 이김춘택 초대 사무장은 "지역을 바탕으로 활동할 때 연대와 계급성은 구현될 수 있다"고 했다.

앞으로 있을 술자리에서는 '마창노련'뿐만 아니라 '거통고 모범 사례'도 안주로 삼아 이야기 나누었으면 한다. 건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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