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스마트폰 빛공해 속 현대생활
문명 굴레 벗고 자연스런 삶 고민을

북두칠성, 오리온,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 견우성과 직녀성…. 밤하늘을 보며 이런 이야기를 해 보신 기억이 있는지? 언제부턴가 우리는 하늘의 별을 보지 못하며 살고 있다. "별 볼 일 없다"는 농담도 옛날 농담으로 지금은 별을 보지 못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살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별이 보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지상의 빛이 너무 밝다는 것이다. 대도시의 화려한 불빛은 별빛을 가리고도 남을 만큼의 밝기를 가지고 있다. 대도시를 벗어난 곳에서 하늘을 보더라도 인근 대도시의 빛에 가려서 별이 잘 보이지 않는다. 작은 도시라고 해서 별이 잘 보이는 것도 아니다. 인구 밀도가 높아서 도시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별을 잘 보려면 깊은 산속에 들어가야 한다.

밤하늘의 별이 잘 안 보이는 것이 뭐 그리 큰 문제냐 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밝은 조명은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는 것 이외에도 우리에게 알게 모르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빛 공해'라는 말이 공식적으로 사용되고 있을 정도이다. 소리가 지나치면 소음공해가 되는 것처럼 빛도 지나치면 공해가 된다는 것이다.

원래 인간의 신체는 낮에는 밝고 밤이 되면 어두워지는 환경에 맞게 되어 있다. 그런데 조명이 발달하면서 인간은 밤에도 밝은 환경에서 살게 되었다. 생체 리듬이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밤에도 푹 자지 못하고 심리적으로도 안정되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느끼게 된다.

밤의 밝은 빛에 의해 뇌의 인지 기능이 저하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시력 저하나 눈의 질병이 발생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유방암 발생률이 급격히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런 문제는 인간만의 문제가 아니다. 동식물의 생체 리듬도 밤의 조명에 의해 혼란스러워진다.

조명이 없는 현대 생활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조명은 우리의 생활에 깊이 연관되어 있지만, 너무 밝아지다 보니 이전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빛의 밝기를 나타내는 단위에 '칸델라(cd)'라는 것이 있는데, 촛불 하나의 밝기가 1칸델라이다. 가정용 대형 TV의 밝기는 몇천 칸델라이다. TV는 거실에 몇천 개의 촛불을 켜놓고 바라보는 것과 비슷한 부담을 우리의 몸에 주는 것이다. 도심에 있는 초대형 화면이나 자동차 헤드라이트의 밝기는 몇만 칸델라이다.

우리나라는 2013년 2월 '인공조명에 의한 빛 공해 방지법'을 시행하면서 광고나 조명의 밝기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빛 공해 방지법은 공공장소 또는 동식물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장소에서의 빛을 과도하게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아직은 법이 정확히 지켜지지 않고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빛을 제한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공공장소에서의 빛 공해는 점점 줄이려고 하고 있지만 새로운 종류의 빛 공해는 점점 커지는 추세인데, 그 주범은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은 화면의 크기는 손바닥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생각보다 밝다. 스마트폰의 화면은 어둡게 해도 80칸델라 정도가 되고 밝게 하면 500칸델라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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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문제는 우리는 스마트폰을 거의 항상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침실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가 잠들기도 하는데, 이런 습관은 숙면에 큰 방해가 되고 불면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문명의 이기를 즐기는 대가로 자연스럽고 편안함을 포기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과학도 좋고 문명도 좋지만 가끔은 우리가 자연에서 얼마나 벗어나서 살고 있는지를 느껴보고, 좀 더 자연스럽게 살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생각해 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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