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은 물어서라도 아는 게 중요
자신의 능력 부정하다 기회 놓쳐

초등학교 때의 나는 자기소개서의 특기라는 칸에 뭘 적어야 할지 몰라서 항상 고민했다. 그렇게 연필을 잡은 손에 땀이 날 정도로 오랫동안 생각하다 적은 것은 겨우 해야 '책읽기'였다. 특기보다는 취미에 가까운 책읽기. 지금 생각해보면 담임선생님께서 특기를 진짜 잘하는지 못하는지 검사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힘들게 적었는지 의문이다. 어쨌든 어릴 때의 나는 내가 뭘 잘하는지 몰랐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겉모습과는 다르게 내성적이고 소심한 나는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건네는 것도, 주목받는 것도 무서워한다. 복사해온 내용을 읽기만 하면 되는 상황에서도 모든 사람이 날 보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게 돼 말은 수십 번도 더듬고 얼굴은 엄청 빨개진다.

나는 보통사람처럼 무덤덤하게도 읽지 못하는 스스로가 너무 창피했고 싫었다. 그래서 나와 반대로 당당하고 능숙하게 말을 잘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그 사람들은 단지 앞에 나가서 말을 잘하는 것뿐이었지만 나보다 훨씬 잘난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이것은 내가 면접에서 떨어지고 발표 점수를 못 받아도 그 사람들보다 능력이 아래인데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어쩌다 내가 더 좋은 결과를 얻게 되면 순전히 운이 따른 것일 뿐 내가 잘해서라는 생각은 안 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나는 그 사람들과 경쟁해서 이길 자신이 없었기에 자연스레 좋은 기회를 피하게 됐고 어차피 안 될 거라는 생각에 빨리 포기했다. 어느 순간 정신 차려보니 내 능력을 부정하는 사이에 나는 이미 많은 기회를 놓쳤고 내가 부러워하는 그 사람들은 훨씬 더 빛나고 있었다. 나는 "부러워", "멋있어"를 입에 달고만 살았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부럽지?", "멋있지?"라며 나를 자랑할 줄은 몰랐다.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은 깨달았지만 바뀌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를 표현하고 자랑할 줄 알려면 내 어떤 점이 좋은지 먼저 알아야 했다. 이후로 나는 내가 하는 행동 중 괜찮은 점들을 머릿속에 저장해두기 시작했다.

낯선 사람과 대화할 때는 그만큼 조심스러워 신중히 말한다는 점, 말수는 적지만 친구의 고민 상담을 잘 들어주고 공감해준다는 점, 먼저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표현한다는 점, 지인들의 좋은 점을 잘 발견하고 칭찬하는 점 그 외에도 영화를 좋아해서 많은 영화를 봤다는 것, 일기를 꾸준히 쓴다는 것,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꾸준히 적금한다는 것 등 사소하지만 충분히 자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지금도 여러 사람 앞에서 말 못하는 건 똑같지만, 예전처럼 자괴감을 느끼며 자책하진 않는다. 오히려 요즘엔 '난 말보다는 글이 편한 아이니까 당연하지'라며 스스로 위로하기도 한다. 이런 고민은 나뿐만 아니라 내 또래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이다. 특히 요즘처럼 학벌이니 취업이니 타인과 많이 비교되는 세상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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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자신이 못나 보일 수도, 덜떨어져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것이 한가지쯤은 있을 것이다. 내가 앞서 말한 것처럼 혼자 생각해보는 방법도 좋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으면 자신의 주위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보라. 내 어떤 점이 좋으냐고. 분명 당신에게 좋은 점이 있으니 곁에 있는 사람들이기에 당신이 생각하지 못한 칭찬들을 많이 들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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