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정치' 탓 경남도 통합방위협의회 미뤄…주요 안보 안건 심의 장애

투철한 안보관을 강조하는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대권 행보로 지역 안보와 방위 태세 점검을 소홀히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남도 통합방위협의회 정기회의가 23일에서 내달 2일로 연기됐다. 도 통합방위협의회는 홍준표 지사가 당연직 의장으로 참석해 회의를 이끈다.

그런데 23일로 예정됐던 올해 첫 정기회의가 홍 지사의 사실상 대권 행보인 영남권 '강연 정치' 일정 탓에 일주일 가까이 미뤄졌다.

경남도 관계자는 "애초 23일 회의를 열고자 했으나 홍 지사의 대구와 울산 강연 일정 등으로 내달 2일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성완종 리스트' 관련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홍 지사는 지난 22일 부산을 시작으로 23일 대구, 24일 울산을 돌며 사실상 대권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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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홍준표 지사. 이날 홍 지사는 대구시청 공무원 300여명을 상대로 '혼란기 공직자 자세'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연합뉴스

먼저 22일 부산롯데호텔에서 기업인과 시민 300여 명을 대상으로 '천하대란, 어떻게 풀 것인가'를 주제로 특강을 했다. 대구와 울산에서는 시청에서 '혼란기에 바람직한 공직자상'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홍 지사는 강연 앞뒤로 지역 기자들과 간담회 자리를 따로 마련해 대권 주자로서 무게감도 함께 확인하고 있다.

이들 강연 일정 탓에 홍 지사가 미룬 통합방위협의회는 분기별로 연 4차례 열리게 돼 있다.

북한 핵실험이나 정세 급변, 이에 대응하는 군사 훈련 등 국가 안보는 물론 테러 위협, 태풍이나 홍수 같은 자연 재난 등 중대 상황이 생기면 임시회의도 열린다.

참석자도 홍 지사를 비롯해 박동식 도의회 의장, 박종훈 도교육감, 육군 제39보병사단장, 해군 진해기지사령관, 공군교육사령관, 국군 제611기무부대장, 국군 제205기무부대장, 창원지방검찰청 검사장, 국가정보원 경남지부장, 경남지방경찰청장, 남해해양경비안전본부장, 경남지방병무청장, 창원교도소장, 경남동부보훈지청장, 경남·울산 재향군인회장, 한국자유총연맹 경남지부장 등 도내 20여 개 국방·안보 관계 기관 또는 단체장이 참석하는 대규모 회의다.

협의회 심의 안건도 어느 하나 가벼운 게 없다. △북한 정세 인식과 주요 동향 파악 △연중 통합방위 대비책 △유사시 발령된 을종 및 병종사태의 선포 또는 해제 △통합방위 작전·훈련 지원대책 △국가방위요소 효율적 육성·운영 및 지원 대책 △적 침투 취약지역 대비책 마련 △통제구역 설정 등이 이 회의에서 이뤄진다.

특히 현 정국은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로 박 대통령 탄핵 심판이 열리는 등 사실상 대통령 유고 상황에 다름없다.

이를 틈타 최근 북한 김정은 정권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장남 김정남 피살 사건을 사실상 일으켜 안보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협의회 회의가 열릴 예정이던 23일에는 대한민국 정부 개입설을 주장하며 남북 간 대결, 남한 내 여론 간 분열 국면을 조장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고체연료를 탑재한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도 쏘아 올렸다.

게다가 경남, 도청이 소재한 창원은 국내 최대 군수 산업 밀집 지역으로 유사시 군사 적대 세력의 제1표적지나 다름없다.

이렇듯 현 시점은 북한 최고위층 피살과 잇단 도발에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는 만큼 지역 안보 대책 마련 논의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스스로 안보 도지사를 자처하는 홍 지사는 자신이 의장으로 당연히 참석해 주재하게 돼 있는 협의회 회의를 미루고 대권 출마 가능성을 타진하고자 '강연 정치'를 명목으로 영남권 지자체를 활보하는 셈이다.

여영국(정의당·창원5) 도의원은 "김정남 피살 등으로 남북관계에 긴장이 더욱 고조되는 이 국면에 현 상황을 논의하고 의견을 구하는 중요한 자리인 협의회를 지사 대권 욕심에 미루는 건 정말 지사로서 자격이 의심되는 일"이라면서 "그동안 홍 지사는 보수적 관점에서 안보 의식을 누구보다 강조했음에도 이런 중대한 일정을 미룬 건 무책임한 처사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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