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을 앞두고 도내 대학가에는 자취방을 구하는 학생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요새 주택임대 관련 정보를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이 많이 나왔어도 살집은 직접 골라야 마음에 드니 열심히 발품을 팔게 마련이다. 대학서열을 좇아 집 떠난 대학생들에게는 신학기마다 거주 공간의 확보가 가장 부담스럽다. 기숙사 들어가기는 별 따기고 그렇다고 날이 갈수록 고용은 불안정한 채 빠른 고령화까지 겹쳐 있는 부모세대에게 과거처럼 의존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최근 들어 자취방을 둘러싸고 공급과 수요에서 양극화 현상이 점점 더 심화하고 있다. 신축 빌라형 자취방과 주택형 자취방의 월세가 1.5배에서 두 배 정도나 차이가 나지만 빌라는 동나고 주택은 남아도는 실정이다. 쾌적하고 편리한 집에 살고 싶은 심정이야 누구나 같을 수밖에 없다. 청년 세대들이 풀 옵션에 개인의 사생활이 보장되는 빌라형 자취방을 선호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 여유가 없어도 상대적으로 싼 방에 눈높이를 맞추기보다는 어렵게 아르바이트를 해가면서도 더욱 나은 주거환경을 찾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당장의 각종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노동시간을 늘리다 보면 학업에 충실할 수 없고, 이는 사회진출에 영향을 미치니 결국 양극화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도내 대학뿐만 아니라 서울로 유학을 떠난 지역 대학생에게 주거 양극화는 매우 절박한 문제다. 서울 소재 대학생은 약 26만 명, 그중 지방 출신이 14만 명에 이른다. 친척집을 제외하면 기숙사가 가장 안전하고 편할 텐데 수용률이 11%에 불과하다. 자기 손으로 자취나 하숙을 구해야 하는데 한 청년단체의 조사에 의하면 집 같지 않은 집에 사는 주거빈곤 비율은 35%를 넘는다.

대학생들의 주거문제에 대한 정부와 대학당국의 정책이 미흡하다 보니 주거빈곤사회를 해결하고자 청년들이 직접 나서고 있다. 그들끼리 협동조합을 만들고, 공유경제를 실천하면서 주거와 삶의 질을 높이려 애쓰고 있다. 작은 성공사례는 기쁜 일이지만 널리 확산하기는 어려운 법, 근본 해법은 정부가 찾아야 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