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 원 들여 벌목·전정
학교 "낙엽·벌집 문제 탓"
인근 주민 "성급한 결정"

도의회가 학교 숲·텃밭 조성을 위한 조례 제정을 추진 중인데도 한 초등학교가 교내 화단에 있던 나무 30여 그루를 벴다. 학교 측은 낙엽 청소·벌집 등 불편이 많아 나무를 잘랐다고 설명했지만 인근 주민들은 성급한 결정이었다고 지적한다.

도계초는 17·18일 이틀간 예산 약 700만 원을 들여 교내 화단 나무 벌목·전정작업을 했다. 22일 오전 창원 의창구 도계초등학교를 찾았다. 학교 화단 곳곳에 나무가 잘린 흔적이 역력했다. 어림잡아 30그루는 넘어 보였다. 밑동으로 가늠하니 어른이 두 팔로 안기 힘들 정도로 큰 나무도 있었던 모양이다.

도계초 인근 주민은 "아름드리 벚나무, 플라타너스, 메타세쿼이아, 느티나무, 소나무 등이 우거진 곳이었는데 학교 측이 갑자기 전부 잘라 버렸다"고 비판했다.

창원 도계초 화단. /우보라 기자

이 주민은 "아이들은 자연을 벗 삼아 성장하고, 인근 주민들은 계절 정취를 느낄 수 있었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 결정"이라면서 "도계초의 이번 결정은 학교를 녹지공간으로 조성하려는 최근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시는 학생 자연 체험·정서 순화 등에 기여하고 지역주민에게 녹지 커뮤니티를 제공하고자 올해 96개 학교서 '학교녹화사업'을 시행한다. 수원시 역시 오는 5월까지 녹지가 부족한 도심지 학교에 나무와 꽃을 심는 '학교 숲 조성사업'을 하고 있다.

학교 측은 나무에서 낙엽이 너무 많이 떨어지는 데다 벌집도 생겨 어쩔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도계초 관계자는 "낙엽을 처리하기 위해 구입한 쓰레기 봉투 값이 한 해 50만 원가량 들었다. 게다가 나뭇잎이 너무 많이 떨어져 주변 민원도 많았다"면서 "나무에 생긴 벌집에서 벌이 날아들어 교실 창문도 제대로 열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난 14일 학부모·교원·지역주민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불편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고 비용을 의결해 집행했다"고 덧붙였다.

교육당국은 이 같은 학교 측 결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창원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화단에 있는 나무는 학교 재산이기 때문에 학교장 결정에 따라 처리할 수 있다"며 "학교 측에서 그동안 불편을 많이 겪은 걸로 알고 있다. 불가피했던 측면이 있었다는 점을 이해해달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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