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 변동성' 관리
평소 혈압 측정 편차 크면
심혈관계 질환 발생위험 커
혈관 딱딱하면 압력에 손상
금연·절주 '경직성'줄여야

한겨울 추위가 물러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기온이 뚝 떨어지는 겨울철이나 기온 변화가 심한 환절기에는 특히 뇌졸중 등 심뇌혈관 질환에 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고혈압과 혈관 질환자뿐 아니라 정상 혈압을 지닌 사람도 '혈압 변동성'이 크면 심뇌혈관질환을 주의해야 한다고 한마음창원병원 심뇌혈관센터 최성일 교수(순환기내과 전문의)는 경고했다. 최 교수의 도움말로 '혈압 변동성'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본다.

◇혈압 변동성이란

혈압은 혈액이 혈관 속을 흐를 때 혈관 벽에 미치는 압력을 말한다.

혈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혈압이라고 하면 동맥혈압을 뜻한다. 동맥혈압은 심장 박동에 의해 변동한다.

심장의 심실이 수축해 혈액이 동맥으로 밀려 나갔을 때의 혈압을 수축기 혈압, 심실이 확장할 때의 혈압을 확장기 혈압이라 한다.

120/80㎜Hg 미만을 정상혈압이라 한다. 이때 120은 수축기 혈압, 80은 확장기 혈압이다.

혈압 변동성이란 쉽게 말해 혈압 수치가 바뀌는 것이다.

혈압은 박동마다, 분마다, 시간마다, 또 주야간으로 단기 변동이 있고, 매일, 매주, 매달, 계절적 또는 매년 장기 변동이 있다. 즉 아침과 저녁 혈압 수치가 다르고, 여름과 겨울 혈압이 다를 수도 있다.

이는 심혈관계 조절기전, 호르몬, 외적인 환경, 행동 등 여러 가지가 상호 작용해 결정된다.

혈압이 정상 범위에 있더라도 잴 때마다 편차가 크면 혈압 변동성이 크다고 말한다.

최 교수는 "정상 혈압을 유지하면 혈관이 건강하다는 착각은 금물"이라며 "정상혈압에서도 혈압 변동성이 크면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한마음창원병원 심뇌혈관센터 최성일 교수. /이원정 기자

◇심뇌혈관 질환과 혈압

최 교수는 "혈압이 심뇌혈관 질환에 미치는 예후는 평균혈압, 혈압변동성, 그리고 표적장기 손상으로 결정된다"고 말했다.

평균혈압은 평소의 혈압 수준으로, 고혈압 등이 있으면 심뇌혈관계에 문제를 일으킨다.

표적장기는 심장, 뇌, 신장 등 혈압의 영향을 받는 장기로, 손상 정도에 따라 심뇌혈관에 영향을 미친다.

혈압변동성은 향후 발생할 심뇌혈관계 질환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

최 교수는 2002년 국내 건강보험 표본집단 5만 1811명을 대상으로 8년간 추적조사 한 결과 수축기 혈압의 변동성이 큰 경우 심뇌혈관계 이상이 의미 있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즉 병원 방문 시 수축기 혈압 변동성을 나타내는 표준편차가 10㎜Hg 이상인 경우, 10㎜Hg 미만보다 심혈관계사건이나 사망은 43%, 심근경색증이나 뇌졸중은 45%, 총사망률은 18% 의미 있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혈압의 수준, 고혈압의 유무, 고혈압 약제 복용 여부와 상관없이 일관되게 유의한 차이를 나타냈다. 즉, 정상혈압이나 정상혈압을 유지 중인 고혈압 환자도 혈압변동성이 크면 심혈관계사건 발생이 증가한다.

그렇다고 10㎜Hg를 기준으로 그 이하는 정상, 이상은 비정상이라는 뜻은 아니다.

최 교수는 "혈압 변동성은 고혈압처럼 얼마 이상은 문제라는 진단 기준점이 있는 것이 아니고, 하루 이틀의 변동성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아니다. 수개월, 수년, 수십 년 반복적으로 쌓여서 심뇌혈관 장기에 손상을 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혈압 변동성 낮추려면

고혈압은 다양한 혈압 측정법으로 자각할 수 있다. 표적장기 손상은 뇌 MRI를 찍었을 때 뇌경색이 조금 있다거나, 소변에서 단백뇨가 조금 나오거나, 흉부 X선 검사에서 심장이 조금 커져 있다거나 하는 진단으로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혈압 변동성은 무증상이기 때문에 정기적이고 장기적으로 측정하기 전에는 알 수 없다.

또한 혈압변동성을 낮추는 특효약이나 치료법이 증명된 것도 없다.

최 교수는 "혈압변동성을 낮추는 방법이 아직은 치료의 목표가 될 수 없다. 다만 혈압이 높을수록 표준편차(변동성)가 커지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정상 혈압을 유지하는 것이 혈압변동성을 낮추는 지름길"이라고 설명했다. 즉 고혈압 환자는 목표혈압 이하로 혈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혈관 경직도'도 영향을 미친다. 혈관이 딱딱해져 있으면 압력을 그대로 받아 혈관 손상이 생길 수 있다. 당뇨나 고지혈증 등이 혈관 경직도에 영향을 주므로, 이러한 질환이 있으면 규칙적으로 약을 복용하고, 정기 검진으로 병을 관리해야 한다.

또 환경적 요소도 영향을 미치므로 생활습관 개선도 중요하다.

최 교수는 "혈압변동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평소 혈압 관리를 잘 하고 생활 습관을 교정해야 한다. 흡연은 혈관 경직성을 증가시키므로 금연해야 하고, 술도 일시적으로 혈압을 오르게 하므로 절주해야 한다. 또 운동이 혈관 유연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만큼 1주일에 3~4회, 30분가량 운동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혈압변동성을 낮추는 효과들이 심혈관 질환 예후를 호전시켰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성급하게 치료 대상으로 접근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며 "혈압변동성은 심혈관질환 발생의 이상징후, 적신호이다. 즉 혈압 변동성이 커지는 경향이 확인되면 고혈압 유무와는 상관없이 심혈관 질환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것을 권한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정확한 혈압측정이 중요하다. 24시간 활동혈압측정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따라서 올바른 가정 및 진료실 혈압 측정이 중요하다.

◇혈압 제대로 재는 방법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 중 가정과 진료실에서 혈압 측정법.

가정에서 혈압을 측정할 경우 검증된 자동혈압계를 사용하고 측정은 아침과 저녁, 그리고 증상이 있어 측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경우에 한다. 아침은 기상 후 1시간 이내, 소변을 본 후, 아침 식사 전과 고혈압약 복용 전, 저녁은 잠자리에 들기 전 측정하기를 권한다. 앉은 자세에서 최소 5분 안정 후 측정하고 측정당 2회 이상 측정하는 것이 좋다.

병원에서 측정할 경우 혈압 측정 전 최소 5분 동안 안정을 취하고 측정 이전 30분 동안 흡연, 알코올, 카페인 섭취를 금해야 한다. 위팔을 심장 높이로 올리고 1~2분 간격으로 2번 이상 측정해야 올바른 측정값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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