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 던져 내리꽂는 '공맛'에 푹 빠졌죠"
중1 때 부상으로 축구 그만뒀다가
선배 권유로 고등학교 때 시작
영입 제안에 김포 떠나 경남으로
지난해 '태극마크'세계대회 출전도
"팀에 믿음 주고 AG 금메달도 따고파"

발로 공을 차 네트를 넘기는 족구를 연상케 하는 세팍타크로. 조금씩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지만 여전히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종목이다. 국내에는 실업팀 5곳, 선수가 30명 안팎일 정도로 선수층도 얇다.

5개뿐인 실업팀 가운데 한 팀이 경남에 있다. 경남체육회 소속 세팍타크로팀이다. 경남체육회는 지금 고성군 국민체육센터와 인근 경남항공고 체육관에서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이곳에서 '킬러(공격수)' 선우영수(22)를 만났다.

세팍타크로 화려함에 끌려 운동을 시작한 선우영수는 지난해 국가대표에 선발돼 두 차례 세계무대를 경험했다. 그는 앞으로 국가대표 자리를 확실히 꿰찬 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되고 싶다고 했다. 또 팀원들에게 믿음을 주는 선수가 되겠다고 했다.

그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오늘도 작은 공을 쉴 새 없이 네트 너머로 내리꽂는다.

경남체육회 세팍타크로 선수 선우영수가 서브 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강해중 기자

-일반인들에게 아직 생소한 종목이다. 입문한 계기는.

"초등학교 때부터 중1까지 축구를 했었다. 무릎 부상을 당해 축구를 그만뒀는데 중학교 한 해 선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고등학교 세팍타크로부에 있던 선배가 같이 해보자고 했다. 처음에는 운동할 생각이 없어서 거절했다. 선배가 와서 구경이나 해보라고 해 찾아간 것이 세팍타크로를 시작한 계기가 됐다."

-처음에 왜 거절했나.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했었으니까 운동이 매우 힘들다는 걸 알고 있었다. 부상도 많고. 그래서 안 하려고 했다. 선배 전화받기 전까지 세팍타크로라는 종목은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그런데 킬러가 네트 너머로 공을 차는 게 아주 멋있었다. 화려함에 이끌렸다. 재미있어 보이기도 했다."

-시작이 늦은 것 아닌가.

"세팍타크로는 대부분 고등학교 때 시작한다. 전국에 중학교 팀이 2~3개밖에 없다. 늦은 편이 아니다."

-고등학교 때 성적은 좋았나.

"1학년 때부터 대회에 출전하면 입상권에 들었다. 3학년 때 인천에서 열린 제94회 전국체전에서는 남고부 우승을 차지해 최우수선수상도 받았다."

-경기도 김포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나왔다. 경남으로 오게 된 이유는.

"고3 때 출전한 대회에서 경기가 끝나고 정리를 하고 있는데 경남체육회에서 영입 제안이 왔다. 당시 경남체육회 코치님이 우리 학교 코치님께 먼저 연락을 했다더라. 좋은 팀이라고 이야기 들었다."

-그래도 선뜻 결정하기 어려웠을 텐데.

"대회에 나가면 경기장에서 늘 보는 팀이다. 팀 자체가 화목하고 다른 팀보다 좀 더 팀워크가 좋아 보였다. 그 모습에 이끌려 오기로 했다. 경남체육회로 오면서 대학도 한국국제대로 진학했다."

-팀 분위기는 어떤가.

"모두 함께 숙소생활을 한다. 같이 먹고 같이 잔다. 가족 같은 분위기다. 선후배 간 마찰도 없다. 올해 막내가 들어와서 막내를 벗었다. 하하."

-세팍타크로는 비인기 종목이다. 그런 데서 오는 고충은 없나.

"알려졌다고는 하지만 사람들이 아직 많이 모른다. TV중계도 케이블 채널이나 인터넷방송에서 결승전만 중계해주는 정도다. 또 세팍타크로 하면 엘리트체육이라는 인식이 강해 생활체육 쪽으로 저변을 확대하기도 어렵다. 최근에는 대한세팍타크로협회 차원에서 종목을 활성화하는 데 노력하고 있는 걸로 안다."

-비인기 종목을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나.

"후회한 적은 없다. 내가 원하는 길이었고 해야 하는 일이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운동을 하고 있다."

-세팍타크로의 매력은 무엇인가.

"공이 작아서 랠리 상황이 잘 안 나온다. 동료가 상대 서브를 집중해서 받아주고 내가 공격을 성공할 때 엄청난 쾌감을 느낀다. 작은 공 하나에 선수들이 열광하고 파이팅하는 모습이 몸싸움이 있는 종목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운동을 하면서 힘든 순간은.

"마인드 컨트롤. 세팍타크로는 공이 작아서 멘털이 흔들리면 공 컨트롤이 안 된다. 경기 중에도, 경기가 끝나고 나서도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한데 이를 관리하는 게 무척 힘들다."

-국가대표라고 들었다.

"지난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실감이 안 나 얼떨떨했다. 대표팀 훈련을 갔는데 뭐가 뭔지 모르겠더라."

-세계대회에도 출전했나.

"지난해 태국에서 열린 킹스컵(세계세팍타크로선수권대회)과 전북 정읍시에서 개최된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두 대회 모두 8강전에 그쳤다. 우리나라가 짧은 역사에도 수준을 많이 높였지만 아직 동남아 국가에는 못 미친다.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갔는데 그곳 사람들은 우리가 족구 하듯이 길거리에서 세팍타크로를 한다. 아기들도 공을 가지고 논다. 그만큼 선수층도 매우 두껍다."

-지난해 전국체전에서는 준준결승에서 강원 대표 한림대에 패했다.

"실수가 많았다. 세팍타크로는 톱니바퀴처럼 3명 가운데 한 명이 흔들리면 다른 선수가 도와줘야 한다. 그런데 내 쪽에서 계속 어긋나버려 졌다."

-동계훈련 기간 보완한 부분은.

"리시브 자세를 교정했다. 또 상대 서브를 주로 머리로 받는데 발 리시브를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연습했다. 동계훈련을 하면서 보완한 점을 발판으로 올해 전국체전에서는 꼭 우승하겠다."

-세팍타크로 선수로서 목표는.

"꾸준히 세계대회에 나가서 나 자신을 보여줘 국가대표로 안착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 뒤에는 아시안게임이라는 더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얻는 게 목표다. 선수라면 모두 꿈꾸겠지만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 또 팀에는 믿음을 주는 선수, 영향력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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