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명 대식구 꿈꿀 수 있는 이유이자 희망"
과학영재로 각종 대회 두각…과학고 진학해 공부 매진
9남매 장남 노릇 '톡톡' 가족 생각하며 마음 다잡아
형편 탓 학원 문턱 못밟아 "카이스트 진학·교수 꿈"

누구나 마음속에 간직한 꿈이 있습니다. 나 홀로 고군분투하며 이뤄내는 꿈도 소중하지만, 함께 이뤄내는 꿈은 때로는 '기적'을 만들기도 합니다.

BNK경남은행, 경남교육청, 경남도민일보는 무거워진 삶의 무게 때문에 스스로 이룰 수 없는 꿈을 가진 누군가를 위해 작은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청소년 드림스타>는 도내 청소년 가운데 재능은 있지만, 경제·환경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응원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작은 기적을 꿈꾸는 <청소년 드림스타>가 매달 한 편의 감동 어린 스토리를 소개합니다.

경남과학고에 다니는 김하운(19) 군은 어릴 적부터 퍼즐이나 큐브를 끼고 살 만큼 수학이나 과학에 유독 관심이 많은 아이였다.

경남과학고 김하운 학생. 김 군은 꿈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김구연 기자 sajin@

공부도 곧잘 했다.

어려운 가정환경 탓에 학원은 가본 적도 없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닐 때는 항상 전교 10등 내외를 유지했고, 소위 영재만 갈 수 있다는 경상대학교 과학영재교육원과 경남과학교육연구원을 수료하기도 했다.

그는 "경남과학고 옆에 있는 경남과학영재교육원에 다닐 때 과학고에서 내건 '○○과학전람회 입상' 플래카드를 보고 과학고 입학이라는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지금은 어린 시절 막연히 동경했던 과학고 재학생이 되어 유명한 수학자를 꿈꾸고 있다.

중학교까지는 줄곧 상위권을 놓치지 않았던 그지만, 고교 입학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올해 3학년이 되는 김 군 성적은 중하위권이다.

그는 "제 아이큐가 148이다. 그런데 여기선 명함도 못 내민다. 친구들 평균 수준 정도밖에 안 된다"라며 웃었다.

과학고 학생들은 빠듯한 학사일정에도 과학전람회도 빼놓지 않고 준비해야 한다.

김 군도 소리를 듣고 악보를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주관한 'STEAM R&E 페스티벌'에 참여해 본선까지 진출하기도 했다.

그는 하루 대부분 시간은 공부를 하며 보낸다. 김 군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 과학고에서는 공부 말고 할 게 그다지 많지 않다"고 웃었다.

훌륭한 과학자를 꿈꾸는 김하운(맨 오른쪽) 학생. /김구연 기자

김 군도 또래 친구처럼 오전 6시 20분에 일어나 밤 12시 잠이 들 때까지 기숙사와 교실, 독서실을 오가며 대부분 시간을 공부하며 지낸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그가 속한 축구동아리 친구들과 축구를 하며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게 유일한 낙이라고도 했다.

김 군은 구김살이 없는 성격이다. 그래서인지 학교생활도 모범적이다.

그를 지켜봐 온 경남과학고 윤동주 교사는 "학급 반장을 맡아 궂은일도 솔선수범할 정도로 착한 학생"이라며 "하운이는 주변에서 조금만 관심을 두고 지원해준다면 훌륭한 과학자로 꿈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고3이 되는 김 군이 하는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진로 선택이다. 그는 수학자나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카이스트에 진학해 대학교수를 하고 싶지만, 가정 형편을 고려하면 혹여 사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하운이네는 다자녀 가정이다. 다자녀 가정 하면 흔히 자녀 둘, 셋을 둔 가정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하운이네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의 가족은 부모님을 포함해 총 11명이다. 두 살 터울 누나를 제외하면 하운이 아래로 7명이나 되는 동생들이 있다.

김 군 아버지 김정기(56) 씨는 "선친께서 자녀를 많이 낳아야 애국한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그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나와 아내 모두 아기를 좋아해 낳다 보니 9명이 됐다"고 겸연쩍게 말했다.

자녀가 9명이나 되고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다 보니 '억' 소리 나게 많이 든다는 사교육 힘을 빌릴 수도 없었지만, 누나와 동생들은 공부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실력이라고 김 군은 자랑했다. 지난해 경남외고를 졸업한 누나 샛별 씨는 현재 국가장학금을 받고 미국에서 공부 중이다.

김 군 아버지는 유통 관련 일을 하고 있고, 어머니는 일용직을 해 가정형편이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다.

별다른 문제없이 커 준 아들이 아빠에게는 가장 미안한 존재이기도 하다.

아버지 김 씨는 "학원에 한 번 제대로 보낸 적이 없는데 큰 문제없이 좋은 학교에 진학한 것만도 감사한다"면서 "가정형편이 좋지 않다 보니 마음이 상할 일도 많았을 텐데 내색 없이 잘 지내준 하운이가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저소득층으로 11명 식구가 생활하다 보니 어린 나이지만 하운이는 또래 친구들보다 성숙해졌다.

한 달에 한 번 기숙사에서 나와 집을 찾을 때면 7명이나 되는 동생을 챙기는 데도 전혀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다.

김 군은 "가족은 힘든 가정환경을 이길 수 있도록 저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이다. 누나가 그랬듯 저도 꿈을 이루는 그날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가족을 생각하며 오늘도 마음을 다잡는 하운 군을 만나면서 왠지 모를 뿌듯함과 든든함이 교차했다.

※이 기획은 BNK경남은행, 경상남도교육청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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