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배타적 경제수역(EEZ) 관리문제를 둘러싸고 수산업과 토목업계 사이에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갈등의 근원은 수산업과 골재 채취업이라는 서로 다른 업종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적 방향성 제시가 불분명한 데서 비롯됐다.

현실적으로 불거진 두 업계의 견해차는 분명하다. 수산업계는 모래 채취로 생태계 교란이 발생하면서 어획량 감소로 이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건설업계에선 모래 채취가 금지되면 레미콘 업체의 정상 조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양측 모두 자신의 처지에서 타당한 주장을 하는 셈이다. 그러나 문제의 최초 원인제공자는 정부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면, 정부가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부산신항 건설에 필요한 모래채취를 허용하면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벌이는 대형 건설사업을 환경과 생태계 보전보다 우선하면서 편의적으로 정책을 결정한 사실이 문제의 핵심이다. 바닷모래를 채취하더라도 그 사업이 관련 수산업에 어떠한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한 최소한의 고려나 배려는 없었다고 보인다. 특히 어업 구역에서 생태계 교란이 발생할 경우 어류의 산란과 성장은 막대한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어류의 이동경로 역시 변화할 수 있다는 기초 상식을 가졌어야 한다. 정부는 이런 우려 때문에 이 일대의 골재채취를 한시적으로 했다고 변명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 당장 두 관련 업종에선 이해관계의 충돌이 극대화된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정부가 나서서 두 업종 가운데 어느 하나의 손을 들어주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정부의 정책결정은 어느 일방의 편들기가 아니라 공정성과 공공성을 담보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의 방향성을 지켜야 한다. 그래야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당사자들 사이에 일어난 갈등을 조금이라도 완화할 수 있다. 오히려 두 업계 당사자들은 중앙정부를 상대로 바로 이런 기대를 조금은 품고 있다고 보인다. 정부가 문제를 정말 근원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중앙정부가 저지른 애초의 잘못부터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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