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전국에서 3곳이던 국정 역사교과서 채택 학교가 1곳으로 줄어들었지만 해당 학교의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발이 극심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0%에 가까운 국정 역사교과서 채택률은 박근혜 표 역사 교육의 참담한 종말임을 증명했음에도 여전히 교육부는 요지부동이다. 경북 경산의 문명고등학교가 유일하게 새 학기부터 국정 역사교과서를 채택하자 교육부는 이 학교를 국정 교과서를 주교재로 활용할 연구학교로 지정했다. 연구학교로 지정되면 교육부는 역사 수업을 학교와 공유하면서 교수 방법 개선을 모색하게 된다. 이는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정부가 만든 교과서가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당했음에도 교육부는 여전히 국정교과서에 집착하니 한심하고 딱하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처음부터 태어나지 말아야 할 괴물이었다. 애초 뉴라이트 사관을 담은 교학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가 철저히 외면받자 박근혜 정권이 밀어붙인 것이 한국사(중학교)와 역사(고교)교과서의 정부 집필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매달린 이유는 아버지 박정희 정권과 그 뿌리인 친일 부역 독재 세력의 부끄러운 전력을 미화하거나 왜곡함으로써 자신의 권력 기반을 다지려는 통치적 목적이 컸다. 박근혜표 역사교과서는 목적이 불순한 만큼 온갖 사실 오류에다 이승만·박정희 정권의 공은 불리고 과는 축소하거나 감추는 등 편향적인 시각으로 진작 여론의 뭇매를 받았다. 더욱이 탄핵으로 박 대통령의 직무가 중지된 처지에서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보급을 밀어붙인 것도 몰상식적이다.

문명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집단행동에 나서자 학교는 시위가 예정된 날의 자율학습을 중단하는 맞불을 놓았다. 학생들에게 시민불복종으로서 민주주의를 학습시킬 생각이 아니라면 학교는 당장 국정 교과서 채택을 철회해야 한다. 교육부가 압력을 넣더라도 굴복해서는 안 된다.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끝내 버리지 않는 것은 탄핵을 당해도 자성할 줄 모르는 이 정부의 오기를 보여준다. 교육부 장관은 국정 교과서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부끄러운 과오를 반성하고 책임져야 마땅하지만, 이 정부에 그런 양심을 기대하기는 난망한 일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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