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가 없는 게 아니라 증거가 없다"
법보다 상식 중요성 새삼 깨닫게 돼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이상주)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홍준표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성 전 회장 녹음파일과 홍 지사 측근들의 윤승모 씨 회유 통화 녹음파일을 모두 사실로 인정했다. 그러나 돈을 건네고자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을 찾아간 이동 경로와 당시 상황에 대한 윤 씨 진술이 사실과 일치하지 않고, 일관성이 떨어져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죄가 없는 것'이 아니라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아홉 명 도둑을 놓쳐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취지임을 최대한 인정하지만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한둘 아니다.

법원이 중요하게 생각한 윤 씨 진술은 4년이나 지난 기억을 기초로 한다. 당시 윤 씨는 암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 중이었다. 어쩌면 생생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

또 홍 지사 측근들이 윤 씨에게 전화해 "홍 지사가 아니라 보좌관이 돈을 받은 것으로 해달라"고 회유한 것에 대해서도 직접 증거가 아니라며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돈을 받지 않았다면 왜 측근들까지 나서서 전화로 회유를 했을까?

무엇보다 윤 씨는 하지도 않은 일을 자청할 이유가 없다. 그 돈을 자신이 사용했다며 '배달사고'라 주장하면 처벌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처벌을 감수하며 윤 씨 아내까지 나서서 현금 띠지를 고무줄로 교체했다고 진술했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 건도 판결했던 이번 재판부가 그때는 성 전 회장 녹취록 신빙성을 의심했지만 이번에는 증거능력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오락가락한 기준도 그렇지만 이 탓에 검찰의 대법원 상고가 원천 봉쇄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법원은 사실심이 아니라 법률심이기에 법리적용 잘잘못만 따진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가 논란됐던 증거능력을 모두 인정하면서 법리 다툼 여지가 사라져버린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많은 이들이 대법원에서 진실이 가려지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이조차도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항소심 재판부 판결문을 들여다보면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법에 대한 불신만 쌓인다. 그냥 '법의 판단이 그러니까'라며 이해하고 넘어갈 일이 아닌 것 같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이 중요하다지만 그렇다고 만능이거나 능사는 아님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동시에 '일반적 견문과 함께 이해력, 판단력, 사리 분별 따위를 포함하는 보통 지식', 다시 말해 상식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

유은상 기자.jpg

그래서 감히 상식을 기초로 다시 판결문을 써본다.

<결론> 서울고법 형사2부가 인정한 증거와 판단만으로 국민 의혹을 해소할 수 없고, 달리 이를 받아들일 근거가 없다.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주문> 항소심 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 홍준표는 무죄로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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