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관 위탁…가격 억제 효과
상수도 시설 노후화로 기능 약화

생명의 물이 차오르는 계절이 다가온다. 매섭게 불어 닥치던 바람도 결국 봄기운으로 누그러질 것이다.

우리는 수성(水星)에서 살고 있고, 그 보답으로 자연과 어우러진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메마르고 공허한 사회는 '물'을 통해 인간다운 복지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풍요로운 물, 그 물이 주는 혜택으로 건강한 미래의 삶을 개척해 나가야 할 것이다.

1960년대 이후 경제발전과 함께 집중적인 상수도 시설 보급으로 수돗물 혜택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농어촌 지역까지 상수도 보급을 확대하여 국민 98.8%가 상수도 서비스를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상수도 시설은 세월과 함께 급격히 노후화되고 있다. 전국 상수관 19만 7675㎞ 중 6만 3849㎞(32.3%)가 20년 이상 지난 낡은 시설로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낡은 상수관이 녹슬고 파손되면 높은 압력에 의해 수돗물 누수가 늘고 단수가 발생하게 된다. 실제 누수 탓에 연간 6억 9000만t, 예산 약 6059억 원(2015년 기준)이 낭비되고 있다. 이는 결국 생산원가를 상승시키고 상수도 재정이 악화하여 시설투자가 감소하는 악순환을 만들게 된다.

지자체는 지방상수도 효율화를 위한 노력을 다양하게 펼쳐왔으나 재정자립도가 열악하고, 상수도 업무는 국고지원 대상항목에서 제외되어 해결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 3월 28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협의회에서 노후 지방상수도 개량사업 일부에 국고지원이 결정된 점은 반가운 일이다. 극심한 가뭄과 낡은 상수도관으로 발생하는 누수, 싱크홀 문제에 환경부 등 관련 부처의 노력이 맞물려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이로써 앞으로 12년간 사업비 3조 962억 원(국고 1조 7880억 원)을 상수도 개선에 투자할 예정이다. 각 지자체는 사업기간 5년 동안 관로와 운영시스템 개선 등을 통해 누수량을 15% 이하로 낮추고, 생산원가 절감을 통한 시설 재투자 선순환구조를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사업기간이 끝난 후다. 지자체는 순환근무, 전문직 부재 등으로 자체 전문인력과 기술력 확보가 어려운 부분이 있어, 지속적인 관리를 하지 못하면 다시 누수량이 증가할 위험이 있다.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K-water와 같은 물 전문 공공기관에 대한 위탁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물관리에 대한 전문성과 더불어, 공공기관으로서 공익적 성격을 바탕으로 수도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 우려를 없애고 체계적인 상수도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국적으로 많은 지자체가 전문기관 위탁을 통해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K-water도 현재 22개 지자체로부터 지방상수도 운영효율화 사업을 수탁해 누수율을 평균 25.4% 감소시킴으로써, 수돗물 생산비용 1700억 원 절감 효과가 있었고, 이는 수돗물 가격인상을 억제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박정윤.jpg

우리가 쉽고 편리하게 사용하는 수돗물은 또 그만큼 지속적으로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할 소중한 공공 자산이다.

국민 물 복지 실현을 목표로 상당한 국비가 투입되는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에 가장 필요한 사항은 국민의 꾸준한 관심과 기관의 유지관리 노력임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