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대다수 빌라형 원룸 선호…일반 주택 자취방 외면
월세 부담에도 청결·안전 이유로 새 건물만 찾는 경향

경남 도내 대학들이 개강을 1주일 남짓 앞둔 가운데 학생들이 방을 구하고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다만, 그 방은 일반 주택이 아닌 빌라형 원룸에 집중된 모습을 보인다.

경남대, 창원대, 경상대, 인제대 등 대학가 자취방 월세는 평균 30만 원 내외다. 비싼 가격에도 학생들은 신축 건물이나 리모델링된 오피스텔 또는 빌라형 원룸을 선호한다. 반면 주택이나 가정식 원룸은 세입자들이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오전, 경남대 인근 부동산 5곳을 둘러봤다.

경남대 인근에는 빌라형 원룸부터 하숙집으로 이용됐던 일반 가정집이 자취방으로 쓰이는 곳이 많다. 일반적으로 빌라형 원룸은 보증금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35만 원선에서 계약이 이뤄진다. 반면, 주택형 원룸은 15만 원에서 20만 원 선에서 계약이 이뤄진다고 한다.

신학기를 앞둔 창원시 마산합포구 경남대 정문 인근 월영안심마을 게시판이 자취생과 하숙생을 구하는 광고물로 가득하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월세가 10만 원 비싸도 주택보다는 오피스텔이나 원룸만 찾는다."

대학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월세 30만 원부터 50만 원까지 다양한 원룸을 소개했다. 모두 학생들이 선호하는 깨끗한 신축 건물 또는 리모델링된 건물이라고 소개한다. 주택형 원룸에 대해 묻자 "학생들이 주택형 자취방은 잘 안가려고 한다. 가정주택과 같은 곳은 20만 원이 싼 곳도 있는데 오피스텔이나 원룸만 찾다보니 소개도 당연히 빌라나 오피스텔을 먼저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주택형 원룸에 풀옵션(냉장고, 에어컨, 옷장, 침대, 텔레비전)이 구비돼 있어도 첫 순위는 빌라형 원룸이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몇 년 전에는 여학생들이 빌라형 원룸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는데 최근에는 남녀 구분 없이 다 빌라만 찾고 있다. 빌라가 아니면 친구들끼리 모여 아파트에서 사는 경우도 종종 있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빌라형 원룸에 비해 가정식 원룸은 계약이 미미하다.

빌라형 원룸에서 거주 중인 최희곤(24) 씨는 "방값이 45만 원이다. 방을 몇 군데 알아봤는데 깨끗해서 들어오게 됐다. 주택보다는 깨끗하다는 인상을 주다보니 방을 구할 때도 이런 곳만 보게 된다"고 말했다.

창원대 주변은 경남대와 달리 빌라형 원룸이 적다. 하지만 학생들이 선호하는 곳은 빌라형 원룸이다.

사림동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1학년 학생들은 주택보다 빌라형 원룸을 먼저 물어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택에 시설이 좋아도 표정에서 실망감이 드러나는 학생들이 많다"라고 전했다.

창원대 신입생 김하연(20) 씨는 "오늘 방을 계약했는데 주택밖에 안남았더라. 주택은 벌레가 많고 위험할 것 같아 불안하긴 하다"라며 "1년 후에는 거리가 좀 멀더라도 안전하고 깨끗한 집으로 옮기거나 기숙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진주 경상대, 김해 인제대 인근 공인중개사들도 "학생들 눈높이가 높아져서 가격이 좀 비싸도 신축건물부터 보여준다. 신축건물이 아무래도 옵션이 잘 갖춰진 상태로 나오다보니 학생들 입장에서도 짐을 많이 안만들어도 돼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대학가 주택 월세방 주인들은 한숨만 늘고 있다.

경남대 인근에서 가정식 원룸을 운영 중인 김동주(57) 씨는 "벽지도 새로 바르고 새로운 학생을 맞을 준비를 했는데 방 4칸 중에 하나밖에 계약을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김 씨는 "새학기가 곧 시작되는데 나머지 방 계약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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