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뒷발자국 찾아…뜀걸음형 화석 세계최초
한반도 종 다양성 입증

중생대 백악기(1억4500만 년 전∼6600만 년 전) 진주에 캥거루처럼 두 개 뒷발로만 뛰어다니는 작은 포유류가 서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진주에 있는 1억 1000만 년 전 지층인 '진주층'에서 백악기 뜀걸음(Hopping)형 포유류 화석이 세계 최초로 발견되면서 밝혀졌다. 한반도에서 중생대 포유류 화석이 나온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진주 호탄동 익룡·새·공룡 발자국 화석산지에서 약 200m 떨어진 충무공동(혁신도시) 135번지 일대에서 중생대 백악기 포유류의 뒷발자국 화석 9쌍을 찾아냈다고 21일 밝혔다. 뜀걸음은 뒷발로만 뜀뛰기하듯이 이동하는 형태로 대표적으로는 캥거루, 캥거루쥐 등이 있다.

이 발자국 화석은 작년 1월 19일 진주교대 김경수 교수 연구팀 최연기 교사가 발견했으며, 한국·미국·중국 공동 연구를 통해 분석 작업이 이뤄졌다.

코리아살티페스 진주엔시스 복원도. /진주교대 김경수 교수 제공

이 화석은 가운뎃발가락이 가장 길고, 발가락 사이 간격이 좁고 비슷하며, 발가락 크기와 모양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포유류 발자국이 확실하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발자국 하나 지름(발길이)은 평균적으로 대략 1㎝이며, 왼발부터 오른발까지 너비는 2.1㎝이다. 발자국 화석 9쌍 총길이는 32.1㎝, 보폭 평균은 약 4.1㎝이다.

임종덕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은 "이 동물은 몸집 크기가 10㎝ 정도로, 오늘날 사막과 초원에 사는 캥거루쥐와 비슷했을 것"이라며 "뒷다리가 상당히 길고 강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임 연구관은 이어 "중생대 백악기에 살았던 작은 포유동물은 나무 위나 땅 속에서 생활하면서 밤에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 동물은 커다란 육식동물과 악어, 익룡 등 천적 공격에서 빠르게 벗어나기 위해 두 발로만 다녔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이 화석은 한국 진주(진주층)에서 발견된 새로운 종류의 뜀걸음 형태 발자국을 의미하는 '코리아살티페스 진주엔시스'(Koreasaltipes Jinjuensis)로 명명됐다.

지금까지 뜀걸음형 포유류 발자국 화석으로는 아르헨티나에서 나온 중생대 쥐라기(2억 1000만 년 전∼1억 4500만 년 전)의 '아메기니크누스'(Ameghinichnus)와 미국에서 발견된 신생대 마이오세기(2303만 년 전∼533만 년 전)의 '무살티페스'(Musaltipes) 등 2개만 확인됐다.

김경수 교수는 "코리아살티페스 진주엔시스는 아르헨티나와 미국에 있는 화석과는 발가락 형태와 각도, 걸음의 형태 등 여러 면에 차이가 있다"며 "뜀걸음 형태가 가장 명확하게 남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아살티페스 진주엔시스 보행렬. /진주교대 김경수 교수 제공

진주에서 중생대 포유류의 화석이 나오면서 한반도 남부가 종 다양성이 풍부한 '동물의 천국'이었다는 사실도 입증됐다. 이전까지 이곳에서는 공룡·익룡·도마뱀 같은 파충류와 새의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바 있다.

임 연구관은 "중생대가 공룡의 전성시대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백악기 연구>를 통해 지난 7일 공개됐다. 연구소는 이 화석을 내년 하반기부터 대전 천연기념물센터 전시관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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