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안 골목 3대 운영 곰탕집
날계란 맨 먼저 먹어야 제맛
아삭한 깍두기·묵은지 조화

통영 강구안 골목길. 길목에 표지판이 서 있다. "거북선과 판옥선이 건너다보이는 아름다운 통영항 그 중심에 있는 강구안 골목은 과거, 통영의 명동이었습니다."

통영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다는 '산양식당'은 강구안 골목길에서 그다지 찾기가 어렵지 않았다. 식당 앞에 놓인 말 모양 벤치를 지나 산양식당 표지판을 찾았다.

"강구안 골목은 30, 40년 이하는 명함도 못 내미는 오래된 가게들이 자랑입니다. 개업한 지 3대째, 70년 가까이 되는 산양식당입니다. 곰탕과 통영비빔밥이 주제입니다." '시인과 곰탕'이라는 부제를 단 산양식당 설명 중 일부다.

소머리곰탕에 들어간 날계란은 이 집의 특징이다. 취향에 따라 빼도된다./우귀화 기자

문을 열고 들어서니, 1, 2층으로 된 식당이 한눈에 들어온다. 점심때를 비켜서 간 터라 왁자하지는 않다. 그래도 손님이 계속 이어진다. 식당 주인이 잠깐 숨을 돌리나 싶으면, 어김없이 손님이 든다. 휘둘러보고 메뉴를 살폈다. 소머리곰탕, 비빔밥, 가자미조림 등으로 단출했다. '혼밥'이어서 여러 메뉴를 시키기가 부담스러워 대표 메뉴라 하는 소머리곰탕을 주문했다. 고기가 많이 들어간다는 '특' 소머리곰탕을 택했다.

옆 테이블에 불콰한 얼굴을 한 중년 남성이 선택을 잘했다고 독려한다. "곰탕은 이 집이 최고요. 이 집 아지매가 처녀 때부터 했지." 그러자 허순채(68) 대표가 웃으며 "결혼하면서부터 했지요"라고 답한다. 지난 2002년 <조선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문인이기도 한 허 대표는 수필, 시 등을 쓰면서 식당 일을 하고 있다. 수향수필문학회 회원으로 <수향수필> 등에 글을 올리고 있다.

부추, 깍두기, 배추김치, 공깃밥과 함께 소머리곰탕이 나왔다. 소머리, 양지 고기를 푹 고아서 만들었다는 소머리곰탕은 뽀얀 국물을 자랑했다. 주문 전 곰탕에 계란 노른자를 넣을지 물어서 넣겠다고 했다.

계란을 넣는 곰탕은 처음이어서 궁금했다. 받아든 곰탕의 국물을 살짝 걷어내니 날계란이 들었다. 어떻게 먹는 게 맛있을지 물으니, 국물이 탁해지니 계란을 먼저 먹고 곰탕을 먹기를 권했다. 추천대로 계란을 먹고 곰탕을 맛봤다. 진한 국물 맛이 인상적이다. 고기도 부드러웠다.

산양식당 외관./우귀화 기자

곰탕에 웬 계란일까. 허 대표는 빙그레 미소 지으며 사연을 밝혔다. 산양식당은 해방 이듬해 1946년쯤 일본에서 돌아온 시어머니가 처음 서호동 쪽에서 식당을 열면서 시작됐다고 했다. 식당 밖 표지판에는 70년 가까이 된 식당이라고 했지만, 70년이 더 된 셈이다. 그때는 전골 메뉴도 있고 규모를 지금보다 크게 해서 식당을 운영했다고. 그런데 바로 옆집에 곰탕집이 생기면서 그 집에서 경쟁하려고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곰탕에 계란을 넣었다는 것. 허 대표는 "시어머니가 성이 나서 우리 집에도 계란을 넣었다고 들었다. (웃음) 지금은 40, 50년 넘게 계란을 넣어서 뺄 수가 없다. 물론, 원치 않는 손님은 계란을 넣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찬도 맛봤다. 고춧가루로 양념한 부추, 달콤하고 아삭한 깍두기, 묵은 김치가 곰탕과 잘 어울렸다. 모두 직접 담근 김치라고 했다.

곰탕 외에 다른 메뉴는 어떻게 구성되는지 물었다. 비빔밥은 계절에 따라 제철 재료를 넣고 만든다고 했다. 겨울에는 미역, 톳, 배추 등을, 여름에는 박나물 등을 넣는다. 콩나물, 무, 호박 등 서너 가지 재료는 기본 재료로 들어간다. 소풀(부추)전, 가자미조림, 곰탕 국물도 함께 맛볼 수 있다고. 막곰탕은 밥을 말아서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 대표는 시어머니와 함께 운영하던 가게를 이제는 큰딸과 함께 이어가고 있다. "우리 식당을 찾는 90% 이상이 단골손님이다. 90대인 50∼60년 된 단골도 있다. 다들 식구 같다"고 했다. 

<메뉴 및 위치>

◇메뉴: △특 소머리곰탕 1만 2000원 △소머리곰탕 9000원 △막곰탕 8000원 △비빔밥 9000원 △가자미조림 2만 5000원.

◇위치: 통영시 강구안길 29(중앙동 131-1).

◇전화: 055-645-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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