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전화를 기다린다. 진즉부터 화장실에 가고 싶지만 화장실에 있는 동안 혹은 화장실에 간 사이 전화가 올까 봐 꾹 참는다. 마감시간을 향하는 시계 초침을 응시하던 그때, 휴대전화 액정 불빛이 켜진다. 전화가 온 것이다. "기자님. 저는 ○○○○ 공무원 ○○○입니다. 전화 달라고 하셨다고요."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는 래퍼 아웃사이더에 빙의해 속사포처럼 질문을 한다.

타 언론사 기자랑 이런 농담을 한 적이 있다. 오늘 내가 찾는 공무원은 회의 중이거나, 보고 중이거나, 출장 중이거나 아니면 잠시 자리를 비웠다고. 취재를 할 때 지자체 담당 공무원에게 종종 전화를 한다. 하지만 전화가 바로 연결된 적은 거의 없다. 담당 부서가 아니거나 담당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전화가 네 번쯤 돌고, 네 번쯤 무슨 용건으로 전화를 했음을 반복하고, 마침내 담당자에게 전화를 하면 그는 자리에 없다! 한 공무원과 통화를 했다. 취재를 더 하고 보니 앞서 공무원이 알려준 것과 내용이 달랐다. 재차 확인이 필요해 다시 그에게 전화를 했다. 다른 공무원이 받았다. 나는 아까 통화한 ○○○ 씨를 바꿔달라고 했다. 수화기를 막지 않은 모양인지 전화기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우보라 기자라고 하는데요. 전화 돌릴까요?"라는 말이 또렷하게 들렸다. 그런데 의외의 말이 돌아왔다. "아까 통화한 분이 지금 자리에 안 계셔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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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동료한테 자리에 없다고 하라 했던 그에게서 사과를 받았지만 평소 주민이나 민원인에게는 오죽했겠나 하는 생각을 거둘 수는 없었다.

그날 이후로 '의심병' 걸린 기자가 부른다. 여보세요, 거기 (정말) 누구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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