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 설 땐 대권 도전" 출마 유보적 태도
탄핵 심판 '엄격성'강조

홍준표 경남지사가 도청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통령 선거 출마에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언행과 달리 홍 지사 행보는 사실상 대권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지사직 사퇴설 반박 = 홍준표 지사는 20일 "확신이 섰을 때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사 쉽게 안 나간다"며 당장 지사직 사퇴 뜻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됐다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홍 지사는 이날 도청 프레스센터를 찾아 기자간담회를 했다.

홍 지사는 먼저 이번 재판을 받으면서 느낀 소회를 밝혔다.

▲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20일 오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그는 "정상이라면 대법원에 가서나 무죄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참 많은 것을 도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조 경력 14년, 정치 22년 동안 검사로서 많은 사람을 단죄하고 정치권 내 저격수로서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한 업보를 받는다고 생각했다"면서 "누명을 벗어 내 인생에 흠을 남기지 않았다는 그것만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제 올무에서 풀려났기에 도정을 위축됨 없이 잘 이끌어가겠다"고도 다짐했다.

대통령 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출마한다면 한 진영의 후보가 되려 출마하는 게 아니다. 대통령이 되려 출마하는 것"이라며 대권 뜻을 숨기진 않았다. 하지만 "확신이 섰을 때 출마하겠다"면서 "지금은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홍 지사의 대선 출마 앞에 놓인 걸림돌은 검찰의 대법원 상고 여부다. 현재 자유한국당 당원권이 정지된 상태인 만큼 경선 등에 나서려면 당원 신분 회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대법에서까지 무죄 선고를 받아야 한다. 홍 지사는 이를 두고 "검찰의 상고 여부는 개의치 않겠다"며 "상고심은 법률심이기 때문에 법률적 쟁점은 항소심 판결에 하나도 없다. 검찰이 내세우는 법률적 쟁점을 항소심 재판부가 전부 받아들였다"는 말로 대법에 가더라도 무죄를 받으리라 전망했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과 관련해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홍 지사는 "꼭 탄핵이 받아들여진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탄핵은 단심으로 끝난다. 이것은 비상계엄하 군사재판과 똑같다. 그만큼 재판 절차는 형사 법정보다 더 엄격한 형사 소송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억울해도 단심으로 끝나는 탄핵은 재론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어 "광장 집회와 시위만으로 대통령을 재판하겠다는 것은 인민재판이고 민중주의다"며 "좀 더 냉철하고 냉정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홍 지사는 끝으로 도민들이 '대선 먼저'인지 '도지사 3선 먼저'인지 궁금해한다는 물음에 "대선이냐 도지사 3선이냐는 도민이 관심 두는 사안이 아니다"면서 "(나) 지사 쉽게 안 나간다"고 말했다. 대권에 도전한다 해도 공직자 사퇴 시한까지는 지사직을 내려놓지 않으리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행보는 사실상 대권 겨냥 = 이렇듯 대권 도전에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취한 것과 달리 홍 지사는 영남권을 교두보 삼아 전국적으로 정치 보폭을 넓히는 모양새다.

홍 지사는 이번 주 영남권 지자체를 잇달아 찾아 '강연 정치'를 펼친다. 먼저 오는 22일 부산에서 지역 내 정치 관련 모임인 글로벌포럼 주최 특강에 초청돼 '천하대란 어떻게 풀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한다. 이어 23일 대구, 24일 울산을 차례로 방문해 공무원과 민간인을 대상으로 특강을 한다. 대구와 울산 특강 주제는 '혼란기에 바람직한 공직자상'으로 알려졌다.

홍 지사는 지난 18일 창원에서 '경남미래 50년과 대한민국 미래'를 주제로 한 차례 특강을 한 바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지사가 그동안 여러 차례 요청이 있었지만 재판 관계로 강연을 자제해 왔다"면서 "하지만 항소심 무죄 선고 이후 혼란한 현 시국에 지역공동체인 영남지역 지자체 공무원, 주민들부터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강연 일정을 이렇게 잡은 것으로 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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