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중도층에 호소력 발휘, 대연정론 등 이슈 선점도
진보층·20~30대 지지 미흡…'유력 보수후보'등장 변수

바로 얼마 전까지 이번 대통령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반기문은 문재인을 꺾을 수 있을 것인가?'였다.

이제 질문을 바꿀 때가 됐다. 무서운 상승세의 안희정은 과연 문재인을 넘어설 수 있을까? 아니면 끝내 '대세론'에 가로막힐 것인가?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전국적·전세대적 고른 지지의 기준으로 꼽히는 '지지율 20%'를 마침내 돌파했다. 안 지사는 지난 14~16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22%를 얻어 1위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33%)를 11%p 차로 따라붙었다.

17~18일 국민일보·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도 마찬가지다. 각각 31.9%·23.3%를 획득한 문 전 대표와 안 지사의 격차는 8.6%p에 불과했다.

2~3주 전만 해도 10% 안팎에 머물던 지지율이 급등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같은 충청권 대선주자인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의 낙마, 갈 곳을 잃은 보수·중도층에 대한 호소력, 이른바 '대연정론'을 위시한 이슈 선점 능력 등이 그것이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안희정이 문재인과 가장 다른 점은 '이 사람이 집권하면 이렇겠구나' 하는 뚜렷한 상이 잡힌다는 것"이라며 "선악의 이분법을 넘어 정치가 포괄의 기술임을, 시대적 과제인 동아시아-남북평화체제 구축과 경제민주화·복지국가 건설, 적폐 청산이 홀로 할 수 없는 일임을 잘 알고 있다. 지금 이 추세라면 이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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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 나누는 문재인-안희정-이재명. /연합뉴스

통합과 공존·협치를 강조하는 정치인이 안 지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같은 당 김부겸 의원을 비롯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범여권의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도 유사한 목소리를 내왔다.

그럼에도 유독 안 지사만 '뜨는' 것은 정권교체 지지 여론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줌과 동시에, 여타 정치인과 비교되는 상대적 참신성, 그리고 메시지의 구체성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안 지사는 "이명박 정부의 4대 강,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모두 선한 의지로 추진했던 것"이라거나 "박 대통령을 일관되게 지지한 할머니부터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한 청춘남녀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모두 하나",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돈이 많든, 적든 방어권을 보장받아야 한다"(지난달 이재용 삼성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 당시)는 말을 거침없이 해왔다.

야권 지지층을 의식한, 정치공학적 셈법을 앞세웠다면 결코 내뱉을 수 없는 말들이었다.

안 지사의 '대역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근거도 제시되고 있다. 안 지사는 지난달 16일부터 14일까지 한 달 동안 '구글 트렌드' 분석에서 문 전 대표를 근소한 차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 트렌드는 포털 사이트 구글에서 특정 단어 검색량을 지수화한 것으로 버락 오바마·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을 예측해 관심을 모았다.

안 지사는 17~18일 국민일보·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안철수 전 대표·유승민 의원과 가상 대결 시 문 전 대표보다 더 큰 격차로 상대 후보를 따돌리기도 했다.

물론 이것만으로 민주당 경선에서 이변을 점치기는 어렵다. 특히 진보층과 20·30대에서 문 전 대표에 압도당하는 현실은 안 지사의 승리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든다.

14~16일 갤럽 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진보층·20대·30대에서 각각 53·40·48%를 기록한 반면 안 지사는 19·12·16%에 그쳤다.

민주당 관계자는 "역선택 등 여러 변수가 언급되고 있지만 열성적인 야권 지지층이 외면하면 그 누구도 문 전 대표를 꺾을 수 없을 것"이라며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이 이대로 무력하게 물러날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유력한 보수진영 후보가 등장하면 보수·중도층, 고령층은 언제라도 안 지사에게 등을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인용한 여론조사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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