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법적 인격을 회복한 홍준표 지사가 강성 입심에 걸맞게 특유의 정치적 화법을 구사하는 것으로 그동안 눌려왔던 자신의 심경을 거침없이 드러내 보여 보는 이들로 하여금 희비를 엇갈리게 한다. 대란대치의 지혜로 현재의 난국을 타개해야 한다든지, 절망과 무력감에 빠진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마다치 않겠다는 등 광역단체장의 수위를 뛰어넘는 범광의적 수사어를 스스럼없이 뱉어낸 것이다. 막혔던 봇물이 터지듯 짜릿한 승리감에 도취되었을법하고 구원의 샘물을 얻은 양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대권 욕심을 꺼내 들 기회로는 더이상 좋을 수가 없다. 관건은, 의도한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어쩔 수 없이 약화했던 도정 추동력을 만회해서 주민 복리증진에 헌신할 수 있을 것인가 또 직·간접적으로 예상되는 대선 유혹을 어떻게 양립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출마하겠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그 의지는 갖추고 있음이 무죄 선고 후 밝힌 감상문에서 드러났다. 다만, 발톱을 숨기고 탄핵과 그 후의 정치상황을 부릅뜬 눈으로 지켜볼 것이라는 추측을 낳게 한다. 저울질로 몸무게를 늘려 얻은 보상으로 지사 3선 연임을 겨냥할 것이라는 추론 또한 호사가들의 전유물일 수는 없다. 당사자 자신의 권리에 속하므로 뭐라 간섭할 처지는 아니다. 그러나 그 바람에 도정공백이 초래된다면 그건 사적 영역 안에 머물지는 않는다. 경남이 정치 태풍 속에 휘말리면서 혼란을 면할 수 없게 된다. 대통령 이전에 당장 지역의 공공의 이익이 손상을 받을 게 뻔하다.

아직 완전히는 아니지만 일단 면죄부를 받는 데는 성공했으니 태도를 분명히 밝히는 것이 도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선문답하듯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자세는 하지 말고 출마든 단체장이든 택일하여 분명히 하고 시기 역시 빠를수록 좋다. 되도록 빨리 결단함으로써 도정이 안정을 찾아 민생살리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지역의 유능한 정치 인재들이 차후를 예비하도록 말미를 주어야 한다. 좀 시기상조이긴 하나 지사직을 유지한 채 당내 경선에 나서는 양다리 작전은 아무래도 볼썽사나운 모습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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