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부터 '농협 CEO'란 기획으로 한 달에 두 번 도내 농수협 조합장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일반 시민에게 농수협에 대한 생각을 물으면 '대출 사기, 공금 횡령, 조합장 선거를 둘러싼 각종 비리'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6차 산업이라는 파고 속에서 일선에서 뛰는 조합장도 적지 않음을 소개하며 고충과 혜안을 공유하고자 한 기획이다.

지난 15일 김해 한 농협을 찾았다. 이 농협은 지난 2015년 3월 전국 첫 동시 조합장 선거 때 무자격 조합원 논란이 일었고, 현직 조합장 사퇴, 재선거, 돈선거 등 이슈 메이커 지역이었다.

"이 기획은 영웅기가 아닌 숨은 일꾼을 소개하는 기획"이라는 취지를 충분히 설명했고, 인터뷰 질문지를 미리 전달한 터였다. 회사에서 농협까지 자가용으로 40분이 걸렸다. 반갑게 인사하고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하기 전 기획 의도를 다시 설명했다. 신문과 함께 더욱 심층적인 내용으로 보도될 <피플파워> 잡지도 함께 소개했다. 이때, 조합장의 얼굴이 싹 바뀌었다. 자신은 "인터뷰할만한 인물이 아니다"는 말을 반복했고, "신문에 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 보태졌다.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소개해주겠다"는 말로 이어졌다. 책 팔고자 자화자찬 이야기를 쓸어담는 '기레기'가 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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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인터뷰이를 공부해가듯이 인터뷰이도 해당 신문사를 검색만 해봤다면 이런 말은 듣지 않았을 것이다. 인터뷰했다고 돈을 요구하는 신문사가 아니라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을 테니. 실제 경남도민일보를 사칭하며 고가의 책을 사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이 사실을 몰랐던 조합장 탓만 할 수도 없는 환경이라는 것에 더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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