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구하기 경남집회' 참석자들
잘못 뽑은 잘못 인정하고 싶지 않아

경남에서도 박근혜 구하기 집회가 열렸다. 어떤 사람들이 모이는지, 어떤 주장을 하는지 궁금했다. 15일 진주에는 우리 임종금 기자가 다녀왔고, 18일 마산에는 내가 직접 가봤다.

진주에는 1500명 정도가 모였다고 한다. 그런데 주최 측은 1만 2000명이라고 주장했다. 마산은 많이 잡아도 1000명쯤으로 보였다. 그런데 무대에 오른 한 연사는 1만 명이라 주장했다. 뻥이라고 쳐도 심한 뻥이었다.

하지만 억지로 동원되거나 일당을 받고 나온 것 같진 않았다. 모금함에 1만 원씩 자발적으로 넣는 사람도 꽤 많았다. 참석자의 연령대는 90% 정도가 60~70대로 보였다.

집회를 주최한 '마창진구국행동시민연합'의 대표는 천만수(56) 전 경남팔각회 총재였고, 사회를 맡은 손종식(46) 씨는 페이스북 프로필에 '새누리당 경남도당 디지털정당위원장'이라고 스스로 소개해놓았다. 이 외에 이승일, 이경임, 정성동, 김은영 등도 눈에 띄었는데, 이들이 그나마 40~50대로 젊은 축에 속했다. 시의원이나 도의원 등 지역 정치인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주장엔 아무런 논리가 없었다. '박근혜는 아무런 잘못이 없고, 이 모든 사태는 고영태 일당의 기획 폭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식이었다. 그로 인해 드러난 박근혜의 죄상과 무능은 보고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이었다. 박근혜의 유일한 죄가 있다면 '오로지 신하(최순실?)를 잘못 둔 죄밖에 없다'고도 했다. 또한 이미 검찰에 의해 최순실의 것으로 판명된 '태블릿PC는 무조건 조작된 것이며 JTBC 손석희는 죽일 놈'이었다. 촛불을 든 시민들은 모두 좌경, 빨갱이였다. 연사의 입에서 손석희, 문재인, 김제동 이름이 나오면 청중은 "죽여라" "죽이자" "직이삐자"고 외쳤다.

문재인을 욕하는 이유는 그가 촛불집회에서 '보수를 불태워 죽이자'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정말 그런 말을 한 적 있는지 영상을 찾아봤더니 명백한 왜곡이었다. 그가 실제 한 말은 이랬다.

"오늘 200만 촛불은 구악을 불태우고 세상을 바꾸는 거대한 횃불로 활활 타오를 것입니다. 군대 안 가고, 세금 안 내고, 위장전입하고, 부동산 투기하고, 방산비리하고, 반칙과 특권을 일삼고, 국가권력을 사익 추구 수단으로 삼은, 경제를 망치고 안보를 망쳐 온, 이 거대한 가짜 보수 정치세력을 횃불로 모두 불태워버립시다." 이 발언의 앞뒤 맥락을 잘라버리고 '불태워 죽이자'로 바꿔 비난의 근거로 삼은 것이다.

이사님.jpg

나는 박근혜의 국정 지지율이 4%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을 때 "그게 여론조사의 함정"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실제 지지자는 이런 지경에도 20%는 될 것이라고 봤다. 그들은 응답을 거부했을 것이다. 그 20%가 지금 박근혜 구하기 집회에 나오고 있는 것이다. 왜? '대통령을 잘못 뽑아 나라를 망친 잘못'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이 자기 잘못을 인정한다는 건 이토록 어렵다. 적어도 그 20%에게는.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