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면 애물단지 판단 신중히
벚꽃 기간 짧고 연계 인프라 취약

보석처럼 빛나는 마산만 밤바다는 홍콩이 부럽지 않다. 그런데 얼마 전 크루즈선이 운항을 멈추었다. 인산인해 돝섬에 발길이 끊긴 지는 옛날이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북적이던 장복산 놀이공원도 추억의 장소가 되었다.

정치는 생물이라는데 여가문화 또한 다르지 않다. 알프스나 에펠탑 같은 천년만년 우려먹을 콘텐츠를 가지지 않고서야 시대 선호를 따라가야 한다. 다만 상투를 잡거나 막차를 타서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육지에는 골프, 바다에는 요트가 선진국 주류문화라는데 우리나라는 케이블카 광풍이 불고 있다. 유행 따라 사는 것도 제멋이지만 그 사정을 살펴보면 그리 간단치 않다.

국내에 상업운영 케이블카 21대 중 통영·여수 두 곳이 효자 노릇 하지만 나머지는 수지타산이 나은 편은 아니며 적자운영 하는 곳도 많다. 계절별 반짝 수요, 두 번은 타지 않는 이용 패턴 때문이다. 황금알 낳는다던 통영도 하강곡선을 긋고 지금은 바퀴 썰매(루지)로 갈아타는 실정이다. 케이블카 같은 하드웨어 관광상품은 실패하면 애물단지가 되는데 지속가능성에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창원시는 진해 장복산 벚꽃케이블카 꽃 그림을 그리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허접하다. 우선 통영·여수는 케이블카 타려면 도심을 지나기 때문에 지역상권에 도움이 되고, 패키지로 묶을 수 있는 볼거리, 먹을거리도 탄탄하다. 진해는 시가지 뒷산에 승강장이 있고 연계되는 관광 인프라가 취약하다. 벚꽃을 들먹이지만 화무는 십일홍 아닌가. 그리고 케이블카는 조망이 경쟁력인데 장복산에서 보는 경관은 시가지가 도드라질 뿐 리아스식 해안과 다도해 파노라마는 2% 부족하다. 무엇보다도 케이블카 승강장, 지주, 로프, 곤돌라는 벚꽃이 흐드러진 절경을 망친다. 지금은 텔레비전 안테나가 볼거리가 되는 70년대가 아니다. 진해 미학은, 없는 케이블카 만들지 않아도 있는 제황산공원 전망대이면 족하다.

환경 영향은 어떨까. 장복산은 바다로부터 첫 산이다. 케이블카 예정지 남쪽 사면은 태풍진로이자 최대 시우량을 기록한다. 급경사 암산(岩山)이기 때문에 집중호우는 산사태로 이어지고 산림은 쉽게 망실된다. 실제로 인명피해가 컸던 산사태가 있었고 오랫동안 조림을 하여 식생을 유지하고 있다.

구조적으로 케이블카 적지가 아니며 설령 설치한다고 해도 지주 간격을 좁게, 승강장 등 구조물은 견실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훼손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산 북쪽 사면은 식생이 안정되고 종 다양성이 우수하며 재해로부터 회복이 빠르다. 통영케이블카는 미륵산에 있고 이를 모델로 추진하는 거제케이블카는 노자산이 예정지다. 둘 다 바다로부터 첫 산이지만 장복산과 달리 북(내륙)쪽 사면이 케이블카 노선이다. 탑승객에게 상부승강장에 도달했을 때 남쪽 다도해 경관을 일시에 제공하는 극적인 면에서도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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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는 쉽게 오르지 못하는 산에 계곡, 호수, 고개(嶺)를 넘는 최단거리 노선이 일반적이다. 또한 동산 같은 돌출된 하부승강장 적지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벚꽃케이블카는 그런 조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기후변화시대 온도 저감, 대기질 개선 등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강조하지 않더라도 정상부 능선을 중심으로 답압에 훼손이 가중되고 있는 장복산에 케이블카 설치는 천부당만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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