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졸 학력이었던 권한우 씨 늦깎이 공부 검정고시 합격
올해 경남대 국문학과 졸업"이 모든 게 아내 내조 덕"
"내 평생 한 번은 대학 졸업식에서 사각모를 꼭 써보고 싶었습니다."
권한우(63) 씨는 지난 16일 경남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평생 한을 풀게 된 그는 눈물을 쏟을 뻔했다.
권 씨는 10대 시절 고등학교에 다니는 동네 친구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고 했다.
1953년 김해 진영에서 태어난 권 씨는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 탓에 마산상고에 입학하고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게 됐다. 더군다나 6살 터울 큰형이 부모와 동생에게 간청하면서까지 고등학교를 졸업한 상황이라 권 씨는 마음이 편치 않으면서도 속으로 삼켜야만 했다. 그는 1960~1970년대 다들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권 씨는 이후로 집에서 농사를 지었다. 당시 마을에는 고등학교에 진학한 친구가 셋이 있었는데, 방학이라고 집에 오는 친구들을 보면 소외감이 들고 자격지심이 들어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해 대회에서 줄곧 입상하기도 했고, 공부도 잘했던 편"이라면서 당시 설움이 컸다고 말했다.
이후 군대를 다녀온 그는 당시 마을에 한 대 있던 TV에서 <박순경>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경찰이 되기로 결심했다. <박순경>은 파출소 순경이 사건을 해결하고 사람들을 도와주는 내용이다.
경찰 은퇴가 10년쯤 남았을 무렵, 그는 검정고시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평생 열망했던 대학에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경찰 동료는 십중팔구 고졸이었는데, 권 씨는 자신이 중졸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워 비밀로 하고 다니던 상태였다.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가족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대학 입학을 준비했다.
"등록금 내려고 한 달 10만 원씩 적금을 넣었지요. 수능시험을 치러 갔는데 당시 교문에서 학부모는 입장할 수 없다며 막지 뭡니까. 하하하."
59세 늦깎이로 입학한 대학, 적응이 쉽지 않았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 만학도가 3~4명 있었지만 스무 살 학생들과 어울리기 쉽지 않았다. 권 씨는 "처음엔 왕따가 된 기분이었어요. 아들딸이다 생각하고 격의 없이 지내려고 무척 노력했지요. 마지막까지 잘 지내준 학생들이 지금도 참 고마워요"라고 전했다.
주위에서 많은 축하를 받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곧 대학원으로 진학할 예정이다. 권 씨는 졸업식날 자신을 따라 경찰이 된 두 아들이 "지원해줄 테니 대학원 졸업하고 출판기념회 열게 되는 날 그때 펑펑 우십쇼"라고 말했다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모든 게 아내의 내조가 없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시 태어난다 해도 지금의 아내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