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동서남북 다른 고성 거류산 '천의 얼굴' 보여주네

[경남의 산] (5) 고성
평야 한가운데 솟은 거류산 보는 방향 따라 전망 각양각색
기암·청송·산성·소사나무 등 571m 높이에도 볼거리 풍성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7년 02월 17일 금요일

고성군은 서·북쪽이 높고 동·남쪽이 낮은 지형이다. 높은 곳은 대부분 산지이며 낮은 곳은 고성평야 등 바다로 향하는 너른 들이 자리하고 있다.

온화한 날씨와 풍족한 바다, 넓은 평야 등 고성은 사람 살기 좋은 최고의 조건을 갖췄지만 굳이 아쉬운 점을 하나 꼽자면 높은 산이 적은 점이다.

3면이 바다와 맞닿은 지형적인 영향으로 600m 이상의 산은 없다. 그중 천왕산(581m), 수태산(571m), 거류산(571m), 구절산(559m), 무량산(542m), 연화산(524m) 등이 높은 산으로 분류된다. 그렇지만 고성 산은 높이에 따른 평가를 거부한다. 특히 거류산이 그러하다. 거류산은 산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꼭 가봐야 할 명산으로 꼽힌다.

"산이 걸어간다." 먼 옛날 저녁 무렵 밥을 짓던 한 할머니(또는 처녀)가 산이 성큼성큼 걸어가는 것을 보고 부지깽이를 두드리며 소리쳤다. 그랬더니 산은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고 한다. 걸어가는 산이라 해서 '걸어산', '거리산'이라고 했고 이는 나중에 거류산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문헌에는 가야시대 태조산, 조선시대 유민산으로 사용되다 조선 후기 거류산으로 바뀐다.

거류산은 고성군 거류면 당동리에 있다. 서쪽은 고성평야, 북쪽은 당항만, 동쪽은 당동만을 끼고 남으로는 통영과 경계를 이루는 벽방산과 이어져 있다. 평야 한가운데 우뚝 솟은 산으로 도내에서는 흔하지 않은 유형이다. 이러니 사람들 눈에는 산맥에서 떨어져나온 산이 고성평야를 지나 바다로 걸어가다 멈춰 선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거류산 기암.

거류산은 알프스 3대 북벽 중의 하나인 마터호른처럼 정상이 뾰족하게 생겨 '한국의 마터호른'이란 별칭도 가지고 있다. 단순히 생긴 것만 비슷하다면 별명은 오래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에 어울리는 뭔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반전의 묘미다. 거류산은 아래에서 보면 그냥 평범한 산이다. 그러나 오르면서 하나하나 그 가치를 확인하게 된다. 기암, 청송, 산성, 소사나무, 전설, 진달래, 산행 묘미, 확 트인 전망 등이 그것이다. 571m의 높지 않은 산이 웬만한 장점은 다 가진 셈이다.

거북바위.

여기에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요즘 말로 '가성비'까지 갖췄다. 다시 말해 크게 힘들이지 않고 산에 오르면서도 투자한 시간과 노력 이상의 만족감을 준다.

거류산은 계절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일 뿐 아니라 보는 방향에 따라 각기 다른 전망을 선사한다. 고성평야, 당항포, 통영과 사량도 쪽 다도해 전망 모두 색다르다. 특히 정상에서 당동만을 바라보면 가슴이 확 트인다. 큰 활주로 같은 당동만 그 푸른 물결은 마주하자마자 보는 이의 가슴을 열어젖히고 쓰나미처럼 확 밀려든다. 당동만에 발을 담근 인근 마을과 다랑논도 정겹다.

정상 아래에는 서쪽 경사면을 성내로 해 축조된 거류산성(경남도 문화재자료 제90호)이 있다. 둘레 1.4㎞, 높이 3m, 너비 4m가량의 규모로 현재 성벽은 600m가량 남아 있는데 비교적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

거류산성 너머 고성평야와 멀리 사량도 쪽 바다가 보인다. /유은상 기자

성벽은 자연 암반의 절벽을 이용해 그 사이에 돌을 쌓은 형태다. 성안을 서쪽으로 둔 것으로 보아 동·남·북쪽을 경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소가야 때 신라를 경계하고자 만든 성이라는 설이 있지만 성곽의 형태와 출토된 유물을 살펴보면 신라 말 또는 고려 초 성곽으로 추정되며, 왜구 침략 방어용으로 짐작된다.

산 정상 소사나무(자작나뭇과)도 거류산 명물이다. 표석 바로 아래 바위틈에 뿌리를 박고 자라는 소사나무. 그 모습 자체가 살아 있는 석부작 분재 작품이다. 이 나무는 수령이 300년가량 된 것으로 전해진다. 모진 비바람과 척박한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는 생명력이 경이롭다.

표석과 소사나무.

정상에서 감동마을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에 만나는 거북바위도 볼거리다. 8분 능선에 있는 바위는 문암산에서 바라보면 영락없이 거북이 한 마리가 정상을 향해 오르는 모습이다.

등산로 초입에 있는 엄홍길전시관도 거류산을 찾은 사람들은 꼭 들른다. 고성 출신인 산악인 엄홍길의 세계 고산 16좌 완등을 기념하고자 2007년 개관했다.

전시관은 1만 7347㎡ 터에 664㎡ 규모의 단층 건물이다. 산 사나이 엄홍길과 고성 명산을 알리는 코너 등 5개 존으로 구성돼 있으며, 16좌 완등에 사용했던 텐트와 산소마스크 등이 전시돼 있다.

거류산은 감동마을, 당동마을 등에서 오르는 여러 코스가 있다. 엄홍길전시관에서 출발해서 하산하는 길이 대표적이며, 긴 코스지만 4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엄홍길전시관.

신문 구독을 하지 않고도
경남도민일보를 응원하는 방법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http://www.idomi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이서후 기자

    • 이서후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문학/영화/연극/출판 등을 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