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성이 탄로 나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중도에 흐지부지됐던 박종훈 교육감 주민소환을 위한 서명작업은 기억하고 있다시피 홍준표주민소환운동의 맞불 형식으로 홍 지사 지지세력들이 벌였던 춤판이었음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인적이 뜸한 변두리 공장건물 사무실을 무대로 출처조차 불명확한 도민주소록을 구해놓고 몇몇 용역자들이 서명을 위조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큰 물의를 빚었거니와 실정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도 산하 공공기관 대표자들과 임직원들이 불법서명에 직접 관여한 사실이 연이어 발각됐고 심지어는 지사 비서실 직원까지 연루된 것이 밝혀짐으로써 도지사 연관설이 대두하기도 했지만 측근과 공무원 등 30여 명이 처벌되는 납득하기 어려운 선에서 종결됐다. 관권이 동원된 정황이 확실한데도 경찰은 관련성을 찾지 못했다며 수사를 덮었다.

참여민주주의 근간인 자치단체장 주민소환 서명작업이 불법을 전제로 계획됐다면 그건 중대한 법위반이다. 당시 이런 점을 중히 여겨 경찰이 주최 측이 서둘러 폐기해 진상을 은폐한 불법서명부를 제때 압수해 진위를 가렸더라면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적어도 누가 주도했는지 윤곽을 밝힐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사건과 관련해 갖게 되는 첫 번째 의문이다. 더 불가사의한 것은 몸통이 없었다는 점일 것이다. 쉽게 말해 깃털만 걸려들었을 뿐 최종적으로 누가 그 모든 것을 관장했는지 드러나지 않았다. 산하기관과 공무원을 움직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권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합리적 의심만 가능케 했을 뿐 중간 단계의 책임자나 내부 조력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렇게 마무리된 지 1년이 되는 때를 맞아 홍 지사를 직접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등장해 주목된다. 이번에는 뒷받침할만한 제보가 추가됐다고 하니 경찰은 엄정중립의 자세로 수사에 나서야 한다. 만일 교육감주민소환 불법 서명작업이 조직적으로 그리고 전방위적으로 전개됐고 누군가가 그걸 사주한 것이 밝혀진다면 경찰은 당연히 민주경찰의 위상을 재정립할 기회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그러자면 이번에는 좌고우면하지 않는 소신수사가 요청된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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