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부터 창원시 성별영향분석평가사업 모니터링을 해오고 있다. 처음에는 성별영향분석평가 사업조차 무분별하게 선정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담당 공무원들조차 자신이 맡은 사업이 왜 성별영향분석평가 사업이 되었는지 모르겠다며 모니터링단에 선정 취소를 원하기도 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성별영향평가 사업의 인지도가 높아져 모니터링하는 데 어려움이 줄어들고 있다.

여러 사업을 모니터링하면서 비교적 완성도가 높은 '농기계 임대사업'을 집중 확인하기로 했다. 2014년에 작성된 성별영향분석평가서에는 성별요구도·형평성·예산배분에서 성별 특성 반영 등이 거의 분석되지 않았고, 사업 수혜자와 대상자조차 분석돼 있지 않았다. 제대로 된 통계치가 없으니 성 평등을 위한 조치사항은 당연히 적절하게 작성돼 있지 않았다. 2015년 평가서를 보니 전년과 다르게 세밀하게 분석돼 있었고, 성 평등 조치사항으로 '여성농업인이 요구하는 소형 농기계 활용 프로그램 개설과 장비 확보를 위한 예산 반영, 여성농업인의 원활한 교육 참여를 위해 찾아가는 현장 교육 예정'이라고 제시하고 있었다. 이러한 조치사항이 수행되었는지 모니터링했더니, 자료로 보아 완벽하게 이행됐다. 모니터링하면서 성 평등 조치사항이 이 정도로 잘 수행된 사업은 처음이다.

하지만 성 평등 조치사항을 수행하려고 어떤 계획을 했는지 확인하고자 '2016년 농기계임대사업소 운영 계획서'를 받아 보니 조치사항은 전혀 들어 있지 않았다. 성별영향분석평가서에 나와 있는 성 평등 조치사항이 사업 계획 당시에 반영됨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거기에 성인지 예산서·결산서까지 일목요연하게 연계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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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다른 사업에선 미비점은 있지만 모니터링하면서 요구한 자료를 비교적 수월하게 받아 볼 수 있는 건 큰 성과이다. 앞으로는 특정한 사업에 국한해 평가가 이뤄지기보다 정부의 모든 사업에 평가가 이뤄져야 마땅하다. 각 사업 실행 전 세세한 분석이 이뤄져야만 그 사업 특성에 맞게 실행되고 수혜 역시 특정인에게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국민이 낸 세금이 적재적소에 공정하게 사용될 때 우리 사회가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사회로 가는 첫걸음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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