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속으로] 제발로 찾아온 절도범
고가 지갑 훔친 30대 민원 방문
신마산지구대 김형수 경위 검거
"용의자 사진 자주 본 것 도움돼"

"이 사람 맞제?"

김형수 경위의 눈이 반짝였다. 지난 8일 신마산지구대(지구대장 허철) 경찰이 제발로 찾아온 절도범을 붙잡았다. 절도범 ㄱ(35) 씨는 이날 지인의 사기와 관련한 상담 민원으로 방문했다가 김 경위에게 딱 걸리고 말았다.

ㄱ 씨는 지난 4일 오전 7시 50분께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남동 한 찜질방에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가 든 고가의 지갑을 훔쳤다. 이어 오전 8시께 지갑 속 카드를 사용해 인근 편의점에서 담배 한 보루를 구입했다. 피해자 ㄴ 씨는 카드 사용 내역 문자를 받고 이를 신고했다.

이날 신고를 받은 신마산지구대 3팀은 편의점 CCTV 영상을 확인하고 용의자 사진을 공유했다. 하지만 ㄱ 씨를 찾을 길이 없었다.

그런데 나흘 뒤 느닷없이 ㄱ 씨가 신마산지구대를 방문했다. 자신이 일하는 가게 사장이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과정에서 선불금을 떼였다며 대신 상담을 받으러 온 것이다.

신마산지구대 3팀 경찰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맨 왼쪽이 최정호 순경, 왼쪽 둘째가 김형수 경위. /김희곤 기자

이때 김 경위는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싶었다. 그러다 갑자기 나흘 전 절도사건 용의자 사진이 떠올랐다. 김 경위는 사진을 다시 확인했다. 사진과 얼굴을 '보고 또 보고' 수차례 반복해 확인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옆에 있던 최정호 순경에게 물었다.

최 순경은 "이날 다른 사건으로 바쁘고 정신이 없었는데 사진을 확인하니 용의자가 맞는 것 같았다"며 "같이 근무 중이던 동료들에게 비밀리에 알리니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고 전했다.

신마산지구대 3팀은 더 자세히 상담해주겠노라며 지구대 문에서 떨어진 안쪽 공간으로 안내했다. 다른 동료는 열려 있던 문을 슬며시 닫았다.

이때 최 순경이 피해자 ㄴ(20)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ㄴ 씨는 도난 신고 당일 경찰과 함께 편의점 CCTV 영상을 봤었고 자주 찾는 PC방에서 ㄱ 씨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이 사실을 기억하고 있던 최 순경은 ㄴ 씨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절도 혐의를 부인하던 ㄱ 씨는 결국 범행을 시인했다.

김 경위는 "26년째 근무하면서 수많은 범인을 잡아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며 "직업상 습관적으로 용의자 사진을 자주 보는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해당 영상은 페이스북 '경찰청(폴인러브)' 페이지에 게시돼 16일 오후 2시 현재 '눈썰미 대박', '사진으로만 잡다니' '한번 보공 두번 보공 요리 보공 저리 보공' 등 댓글 600여 개가 달리고, 좋아요 1만 4000개가 넘는 등 화제다.

한편, ㄱ 씨는 절도와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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