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학교폭력 가해자 전학 조치 문제
도내 2015년 강제 전학 54명 달해…비교육적 조치 비판
"사회 미치는 부정적 영향 더 커"
창원지법 전학 취소 판결 '이목'

학교폭력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여러 대책도 나오고 있다.

학교폭력 예방·대책법도 만들어진 지 오래다. 이 법의 목적은 피해학생 보호뿐만 아니라 가해학생을 선도·교육하려는 것이다. 특히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 분쟁 조정을 통해 학생 인권을 보호하고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가해학생에 대해 정도에 따라 △피해학생에 서면 사과 △피해·신고·고발 학생 접촉, 협박·보복행위 금지 △학교에서 봉사 △사회봉사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 치료 △출석 정지 △학급 교체 △전학 △퇴학 처분(의무교육과정 학생 제외) 등을 조치할 수 있다.

경남도교육청이 집계한 지난 2015년 도내 초·중·고교 학교폭력자치위 의결 건수는 모두 1027건이다. 이 가운데 퇴학 처분은 18명, 전학은 54명. 2016년 집계는 올 4월에 나온다.

피해학생이나 학부모 처지에서는 가해학생과 함께 학교에 다니고 싶지 않을 수 있겠다. 그런데 전학이나 퇴학 처분으로 상처받은 학생은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랄 수 있을까.

학부모단체들도 강제 전학은 비교육적 조치라고 비판하고 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강제 전학 조치는 학생을 궁지로 몰아넣고 부적응으로 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뿐"이라며 "교육적 효과보다 사회적 낙인효과로 학생은 물론 가정, 학교,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다. 최근 창원지법 1행정부(재판장 김경수 부장판사)는 도내 한 고등학교장에게 '전학 조치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9가지 조치 중에서 더 낮은 단계로도 가해학생을 선도하고 학교폭력을 예방하는데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며 전학 조치는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ㄱ(고교 1학년) 군은 지난해 4월과 6월, 7월 다른 학생 가슴 쪽을 몇 대 때리거나 밀쳤다.

학교폭력자치위가 소집됐고 징계절차가 시작됐다. ㄱ군은 '전학과 학생·학부모 특별 교육이수 5시간' 조치를 받았다. ㄱ군과 부모는 과도하다며 교육청 학생징계조정위원회에 재심 청구, 행정심판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학교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재판부는 "피해학생이 입은 신체적·정신적 피해가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면서도 "폭력 강도나 정도가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고 부모도 잘 지도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으며, 학급 친구들도 선처를 바란다는 탄원서를 내 교정이 불가능한 학생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학교가 적절한 방법으로 원고를 교육하고 선도해 나간다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피해학생에게도 진심으로 사과하는 등 성숙한 인격을 갖춘 학생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에 대해 학교 측은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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