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전달 경로·시간 등 부정확
재판부 "홍 지사 유죄 단정 어려워"

지난해 9월 홍준표 지사에게 징역 1년 6개월·추징금 1억 원의 실형을 내렸던 1심 판결과 결정적 차이는 윤승모 전 부사장 진술의 신빙성 판단이었다.

1심 재판부는 "윤승모 진술이 일부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지 않거나 불명확한 점이 있지만 비교적 일관성이 있고 거짓을 꾸며낼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했지만 2심은 "돈 전달 과정, 성완종과 윤승모가 홍준표에게 돈을 건넨 동기 등이 불명확하고 윤승모 부부 사이에 일부 기억이 배치되는 점을 고려했을 때 윤승모 진술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홍 지사 측은 2심 재판 내내 2011년 돈 전달 당시 윤 전 부사장 이동 경로의 부정확성과 성·윤-홍 간에 연락이 오간 기록 부재, 윤 전 부사장이 돈을 들고 국회 의원회관에 출입한 흔적 부재 등을 집요하게 문제 삼았고, 결과적으로 상당히 유효했다고 할 수 있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경남도청 서울본부에서 1심을 뒤집고 항소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은 것과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주 판사는 "의원회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고 일반인 출입 통로가 기존 회관 후문에서 정문 왼편으로 바뀌었음에도 이 같은 특별한 상황을 기억 못 하는 건 이례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윤승모는 성완종으로부터 1억 원이 든 쇼핑백을 전달받고 며칠 만에 홍준표에게 건넸는지, 성완종과 홍준표 간 만남을 주선했는지 안 했는지, 처와 자가용을 이용해 돈을 옮길 때 운전을 누가 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일관된 진술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잘 챙겨라"는 성완종 전 회장의 지시가 있었음에도, 방문 기록이 남고 보안검색대·CCTV를 통과해야 하며 수많은 사람이 오가 목격되기도 쉬운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굳이 돈을 건넨 이유도 납득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판사 말대로 이 사건의 직접적인 증거는 윤 전 부사장 진술이 유일했다.

검찰은 2015년 4월 사건 공개 직후 홍 지사 측의 회유·조작 정황 등을 제시하며 유죄를 주장했지만 이 증거조차 그 내용이 녹음된 윤 전 부사장 휴대전화가 사라지면서 인정받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윤 전 부사장 진술의 신빙성마저 흔들리니 재판부로선 유죄를 단정 짓기 어려웠던 것이다.

재판부는 윤 전 부사장의 허위진술 가능성까지 의심했다.

금품 전달자로 지목된 만큼 '구속'을 피하고자 검찰 수사에 맞춰 거짓 '자백'을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판사는 "피고인 홍준표의 주장도 일부 모순이 있고 석연치 않은 점이 있지만 검찰 공소 사실이 유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한 엄격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홍 지사는 판결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맑은 눈으로 재판부가 판단해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검찰은 즉각 상고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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