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실체 쫓으며 현란한 액션
감독 상상력에 때로는 실소
위기의 팀원을 구하려고 과감히 적진에 뛰어드는 완벽한 대장 권유(지창욱). 물론 게임 속 이야기다. 전직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였던 권유는 현실에선 게임에 빠져 사는 백수다.
어느 날, 그는 PC방에서 울리는 낯선 휴대전화를 받았다가 영문도 모른 채 여고생을 잔인하게 살해한 범인으로 몰리게 된다.
권유가 현장에 있었다는 완벽한 증거들. 아무도 그의 결백을 믿어주지 않고 결국 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
교도소에 수용된 권유는 교도소 내 권력자 마덕수(김상호)에게 지독한 괴롭힘을 당하며 좌절한다.
교도소 밖, 권유의 게임 멤버이자 초보 해커 털보(심은경)는 이 모든 것이 단 3분 16초 동안 누군가에 의해 완벽하게 조작되었음을 알게 된다.
특수효과 전문 데몰리션(안재홍)을 비롯해 대장을 따랐던 게임 멤버들은 현실에 모두 모여 그들만의 방식으로 사건의 실체를 추적해 나간다.
한국전쟁 당시로 되돌아가 이념과 사상을 뛰어넘는 탈역사적 공간을 만들었던 <웰컴 투 동막골>의 박광현 감독이 12년 만에 돌아왔다.
이번엔 '돈 없고 백 없는 자의 억울한 누명'이라는 현실적이면서도 흔한 소재를 온라인 게임과 접목해 현실과 게임의 세계를 뛰어넘는다.
누명을 쓴 것도 억울한데 교도소 생활은 더욱 끔찍하다.
영화는 주인공 권유를 극한 상황으로 내몰았다가 일종의 '미션 클리어'를 시작한다.
교도소 내에서의 반격, 탈옥, 범인의 실체를 쫓는 과정, 그리고 반전까지 곳곳에서 감독은 현란한 액션과 카체이싱, 그리고 SF적 요소까지 휘몰아치며 현실적 요소가 발 디딜 틈을 주지 않는다.
여기에 무조건 대장을 돕겠다고 나선 동료들은 유머를 담당하며 고된 주인공의 사투와 균형을 이룬다.
영화적 허용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가.
쾌감을 정점에 두고 잘 짜인 만화를 읽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조작된 도시>를 바라본다면 흥미진진한 요소가 충분하다.
그러나 때론 황당하기까지 한 한계가 없는 감독의 상상력에 기꺼이 동참할 수 없다면 그저 실소를 터뜨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