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언론 북한 배후 지적 앞다퉈 보도
사실 확인 전까지 판단 유보 신중 기해야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지난 13일 오전 9시 26분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피살됐다. 국내외 언론은 독침설, 마사지를 가장한 독 주입에 이르기까지 앞다투어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아시아계 여성 2명에 의한 독극물 스프레이 분사로 인한 독살로 알려졌다. 셀프 체크인 기기를 이용하려던 중이었고 의무실에서 이송 중 사망했다. 김정남을 살해하고 도주 중인 여성 2명은 이미 사망했을 것이라는 정보도 확인 중이다.

김정남에 대한 북한의 암살 압박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회 정보위에서 밝혀진 바대로 2011년 이후 암살 명령이 내려졌고 결국 암살이 실행된 듯하다. 더 이전부터는 2002년 이후 중국의 김정남 비호설이다. 한인교포 사회에 따르면 그가 항상 중국 경호원과 함께 다녔다고 증언한 바가 있다. 아마 이러한 경호는 그가 경호비용을 지불할 수 없게 되자 자연스럽게 끊긴 것으로 볼 수 있다.

2004년 오스트리아 암살 미수설, 평양 우암각 급습 사건, 2010년 베이징 암살 미수설 등이 있었다. 그만큼 그는 해외에 있음에도 존재 자체가 김정은 체제 전후의 지속적 제거 대상이 되어 왔다.

주된 이유를 살펴보면 우선 그는 성혜림의 아들이었다. 그러나 96년 이모인 성혜랑의 미국 망명과 모스크바로 요양된 성혜림의 사망(2002년 5월)으로 차기 후계자의 입지가 장자라는 부분을 제외하곤 좁았다. 또한, 일본 디즈니랜드 방문을 위해 밀입국을 시도하다 적발(2001년 5월)되어 추방된 이후 후계 구도에서 밀려났다.

김정남이 제거 대상이 된 더 근본적 이유는 고영희로부터 김정일이 낳은 이복동생인 김정철과 현 김정은 위원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과거 김정일의 오랜 후계구도 경쟁에서 보듯이 삼촌인 김영주와 형인 김평일을 유배시키고 김정일의 후계구도를 확립했다. 그러나 김평일은 현 체코 대사로 조용히 살았던 반면, 김정남은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인해 이미 해외 언론에 노출되어 버렸다.

아사히TV 인터뷰에서 3대 세습을 반대하였고 이후 출간된 책도 세습에 비판적이었다. 또한, 그의 아들인 김한솔도 언론에 공개되면서 "삼촌(김정은)이 어떻게 독재자가 됐는지도 모릅니다"고 표현했다. 이러한 행동이 자신에 대한 압박에 의한 분한 마음에서인지는 알 수 없으나 김정은 3대 후계체제의 북한에 있어서 더 표적화되었을 개연성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북한의 소위 배신자에 대한 극단적 처분이 전체 동북아에 미치는 영향이다. 현재 중국은 북한 국경 근처에 병력을 증강 배치하고 있다. 기관지인 인민일보 소셜미디어 협객도(俠客島)를 통해서는 "사건 수법, 방법, 개연성에서 혐의가 조선(북한)을 향하고 있다"면서도 획일적 시각이 상황을 호도할 수 있음을 경계하고 있다. 중국의 한 관영지는 권력 차지를 위한 암살행위가 용납될 수 없는 것이고 현대에 이런 잔인한 정치 수단은 "역사박물관에나 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중국은 사태를 지켜볼 것이지만 이러한 극단에 대한 국제사회 평판을 경계할 것으로 내비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소행이라 믿는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CNN은 우리나라 국정원 발언을 언급해 김정남이 살해당했다고 보도했다.

국무부도 공식 반응을 자제하는 등 미국도 사태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앞다툰 보도 경쟁을 벌이고 있음에도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일본 안전 보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 같은 특이사항"이 없다고 언급했다. 다만, 합동정보회의를 통해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러시아는 공식 반응을 하지 않고 있으나 콘스탄틴 아르몰로프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산하 극동연구소 연구원은 오히려 사망 원인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흑색선전을 경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흔히 '스모킹 건'이라는 표현이 있다. 움직일 수 없는 증거, 정황을 말한다. 정보는 항상 사실 여부를 면밀하게 분석할 때 가치가 있다. 앞선 것처럼 김정남은 북한의 위협을 받아왔고 의혹은 국내 언론으로 하여금 북한 정찰총국을 지목할 것이다. 그러나 동북아 관련국이 사실 확인 전까지 판단을 유보하는 신중한 태도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를 둘러싼 동북아는 현재 북핵 문제를 포함한 여러 가지 이슈로 인해 극단주의를 옵션으로 택할 만큼 가열된 상태다. 미국마저도 자국 보호주의를 주창할 정도로 세계는 가열돼 있다. 김정남 피살은 엄연한 극단주의를 보여준다. 그러나 극단주의에 대한 성급한 대처는 스모킹 건을 놓치게 되고, 결국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국내외 복잡한 정치 상황만 더 악화할 수 있다. 신중해서 나쁠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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