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홍준표 지사의 항소심 선고를 놓고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9월에 열린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법정 구속은 피했던 홍 지사의 정치적 운명이 갈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만일 2심에서 무죄를 받는다면 법적으로는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기다려야겠지만 정치적으로는 면죄부를 받는 셈이니 대선 출마나 3선 도전 등 활발하게 정치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이다. 그러나 1심 선고대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대선은 물론 도정 수행마저 불확실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대선 후보가 마땅치 않은 자유한국당 주변에서 홍 지사의 거취는 초미의 관심사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황교안 권한대행의 출마가 불투명한 가운데 강경 보수 세력들 사이에서는 대안으로 홍 지사를 차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근혜 게이트 때문에 보수진영 전체가 분열·궤멸할 처지에 보수의 강경한 아이콘으로서 길을 닦아온 홍 지사의 몸값이 올라가고 있다. 한편 당선가능성이 거의 없는 대권에 욕심내기보다는 3선에 도전하여 다시 지역의 정치적 기반을 다지면서 차후를 노려야 한다는 이야기도 만만치 않다. 모두 홍 지사가 무죄를 받기를 원하는 지지 세력들 사이의 소망적 계산들이다. 상상의 차원을 넘어서는 헌법 유린과 국정농단 사건에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지만 성완종 뇌물사건은 법정공방에 발목 잡힌 채로 쉽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부분적으로 증거능력이 떨어질 수는 있지만 여러 정황상 사회적 파장이 커서 정치적·도덕적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국민의 평판이나 정치적 평가와 법정에서의 판결이 어긋날 때에 사회질서의 기반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홍 지사에게서 더 이상 모래시계 검사라는 인상은 찾아볼 수가 없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엄격하기도 하지만 인간미가 넘치는 인물이었다. 경남도지사로서 홍 지사는 독선적이고 이지러진 행태로 도민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고통을 끼치고 도정을 파국에 빠트려왔다. 정치사회적으로 수많은 파란을 일으켜왔으면 그에 맞는 처신을 할 줄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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