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피랑 벽화처럼 긍정 효과 발휘
쓰레기장된 의류수거함에 예술옷

벽화는 비교적 적은 예산과 시간, 그리고 지역 주민의 참여로 선보일 수 있는 관광 단골메뉴다. 통영의 동피랑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정점을 찍었고 특색 있는 마을환경조성, 불법쓰레기 투기와 범죄예방까지 목적도 다양하다. 우리 생활주변에도 벽화와 같은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의류수거함이다.

필자가 근무하던 동주민센터에서는 의류수거함의 이미지를 개선하려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본 적이 있다. 의류수거함은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것이 되었지만 관리가 엉망인 곳은 쓰레기 불법투기 등으로 골칫거리가 된 지 오래다. 그래서 수거함에 일일이 관리번호를 부여하고, 이 중 10개의 수거함을 시범적으로 예쁘게 바꾸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지역 예술인들의 힘을 빌려 옷을 버리는 고철덩어리에서 예술을 입은 생활시설물로 탄생시켰다.

효과는 기대보다도 괜찮았다. 관내에 있는 300여 개의 의류수거함에 일일이 관리번호를 부여하는 등록제를 시행해 관리하다 보니 수거함 민원이 생겼을 때 이전보다 빠르게 민원처리가 되었고, 동민들로부터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 예술을 입힌 의류수거함은 여러 언론의 취재로 화젯거리가 되었고 동민의 관심도 자연히 커졌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구청 단위의 의류수거함 정비계획이 세워지면서 예술을 입었던 수거함도 예외 없이 자리에서 빠졌다. 여럿의 정성이 담긴 것이라 아쉽긴 했지만 전체적인 환경정비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가보니 그 자리에 새로운 의류수거함이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안타까웠다. 예술을 입은 10개의 의류수거함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지켜보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최근 창원시가 의류수거함 관리 선진화를 올해 새로운 사업으로 내놨다. 수거함의 설치장소와 디자인·규격 등을 통일해 도시미관에 도움이 되도록 개선해나가고, 의류수거함 주관부서 일원화와 지역별로 관리자를 지정해 운영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공개경쟁을 통해 의류수거업체를 선정하고 책임관리제를 도입한다고도 밝혔다. 이를 통해서 자원의 효율적인 재활용과 의류수거함 주위에 만연한 쓰레기 불법투기 등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관계자들의 세심함까지 보태지면 작지만 의미 있는 관광아이템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통영 동피랑 마을은 거주하는 예술가들이 매년 새로운 벽화를 선보이면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관광객들과 소통하는 벽화가 성공의 주된 이유지만 여기에 더해 동피랑 마을의 모든 집들이 벽화를 입은 것은 당연하고 나무·전봇대는 물론 이들에 가려 눈에 띄지 않는 곳까지 벽화를 그리는 세심함도 큰 효과를 발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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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동피랑에 비교하는 것은 무리지만 지역 곳곳에 자리한 의류수거함이 2000여 개라는 것은 이의 변화가 도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필자는 몇 해 전 설치한 느린 우체통이나 의류수거함에 예술을 입혔던 시도로도 세심함이 주는 가능성을 확인한 바 있다. 비록 지금은 계륵 같은 의류수거함이더라도 이참에 창원시의 관리계획에 세심함까지 더해진다면 도시미관 개선은 물론 어떠한 나비효과를 불러올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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