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화 가능 농아인이 대리 대출
1금융권선 절차 까다로워 포기…중복장애인 교육 강화 목소리

농아인을 대상으로 수백억대 투자사기 행각을 벌인 '행복팀'은 어떻게 그 많은 투자금을 끌어모았을까. 구멍은 제2금융권이었다.

15일 창원중부경찰서에 확인했더니, 행복팀 사건에서 제1금융권 대출도 있었지만 무시해도 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심지어 행복팀이 제1금융권에서 대출을 시도하다가 까다로운 창구 직원 질문과 가족 확인으로 대출을 포기한 사례도 있었다.

행복팀 사건과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걸 막고자 예방적 교육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대출 절차 강화는 농아인 역차별 소지가 있는 만큼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김대규 창원중부경찰서 수사과장은 지난 9일 행복팀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행복팀에서는 농아인 중에 구화(청력이 약간 있거나 입 모양을 보고 어느 정도 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의사소통팀'을 꾸렸다. 피해자들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때 같이 가거나 은행 등에서 전화로 본인 확인 요청을 하면 '소통팀'에서 대신 전화를 받아 본인인 것처럼 행세했다"고 말했다.

한 농아인 "농아인은 신용도가 현저히 낮아서 사실상 대출이 불가능한 것으로 안다"며 "피해자 대부분은 특정 저축은행에서 대출했던 것 같은데, 여기서 대출해주지 않았으면 대출이 많지 않았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제2금융권과 달리 제1금융권 대출 절차는 얼마나 까다로울까.

한 제1금융권 대출 관계자는 "제1금융권에서도 농아인들이 찾아오면 상담을 한다"며 "신용도, 재산, 부양가족, 소득 확인은 물론 또 어떤 계기로 돈을 대출받으려고 하는지 등을 반드시 확인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제1금융권은 담보 위주로 심사하지 않고 빚을 갚을 능력을 우선으로 본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꾸준한 소득 여부를 확인한다"며 "특히 지난해 2월부터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이 도입됐다. 반면 제2금융권 쪽에서는 여전히 이자만 갚아도 되는 상품이 많다"고 했다.

이 관계자 말마따나 은행 대출이 강화되면서 은행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이들이 대거 제2금융권으로 옮겨갔다는 통계도 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해 가계와 기업이 제2금융권에서 빌린 돈은 724조1358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행복팀 사건을 계기로 금융감독원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기존 농아인 대상 금융교육을 강화하는 등 예방활동에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김상록 금융감독원 불법금융대응단 1팀장은 통화에서 "지난해부터 농아인협회와 협약을 맺어 금융교육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행복팀 사건이 일어나 정말 유감스럽다"며 "농아인이 다시는 이런 투자사기를 당하지 않도록 교육을 보다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또 농아인 제2금융권 대출 시 심사를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농아인에 대한 역차별 소지가 큰 만큼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일반 원칙에 맡기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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