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랩 공연서 뮤비 제작까지 '축제형 졸업식'
학생·부모·교사 하나된 현장
멋진 추억·하나뿐인 선물 선사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 여기저기서 '졸업식 노래' 가 들린다.

바야흐로 졸업 시즌이다. 훈화와 격려사가 이어지던 지루한 졸업식은 이미 끝난 지 오래고, 한때 말썽이 됐던 교복을 찢거나 밀가루를 뿌리는 등의 철없는 행동도 옛일이 돼버렸다. 최근 각급 학교의 졸업식은 딱딱한 틀에서 벗어나 축제와 공연을 곁들여 특색 있게 진행되하고 있다. 졸업 시즌을 맞아 우리만의 졸업식을 치른 경남의 학교를 소개한다.

◇졸업식이야, 콘서트야 = 지난 10일 졸업식을 치른 김해봉명중은 아예 졸업식 대신 졸업발표회로 이름을 바꿨다. 졸업장 수여 등 반드시 해야 하는 행사는 교실에서 반별로 진행하고, 이후에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강당에 모여 섰다.

졸업 발표회는 마치 콘서트를 방불케 할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다. 선배들의 졸업을 축하하는 의미의 후배들의 댄스, 랩, 성악 공연이 이어졌고, 강당을 가득 메운 졸업생과 학부모들은 '팬 모드'로 공연을 즐겼다.

졸업생도 저마다 특기를 살린 공연으로 발표회에 참여했다. 졸업생들이 틈틈이 연습한 독도플래시몹은 박수갈채를 받았고, 반별 추억이 담긴 영상을 상영할 때는 분위기가 숙연해지기도 있다.

김해 봉명중 카드섹션. 세월호를 기억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강당 곳곳은 학생들이 자유학기제 등을 통해 배운 내용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학교가 위치한 김해 지역의 특색을 살린 '봉하마을 홍보 프로젝트', '가야 건국설화', ' 가야문화 탐방 프로젝트' 등 주제도 다양했다.

김해봉명중 황금주 행복교육부장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졸업식을 만들고 싶고 명칭도 졸업발표회로 바꾸어 240명 졸업생 모두가 참여하는 축제 형식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대부분 졸업발표회에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졸업생 하인호(16) 군은 "고교 입시가 끝난 후 무의미할 수 있는 2월을 친구들과 함께 졸업발표회를 준비하며 뜻 깊게 보냈다"고 말했고, 여채연(16) 양도 "후배들이 선배들에게 멋진 추억을 선물해준 것 같다. 부모님께서도 이런 졸업식은 처음이라며 매우 좋아하셨다"고 했다.

도내에서는 고성 소가야중과 남해상주중도 기존 틀을 깨고 음악과 춤이 어우러지는 졸업식을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소가야중 졸업식에서 학생들은 그동안 배운 윈드오케스트라, 마술, 밴드, 댄스 등의 공연을 했고, 상주중도 재학생들의 사물놀이 축하공연과 졸업생들의 춤과 노래공연이 함께 열려 학부모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레드카펫을 밟으며 입장하는 합천 삼가중 학생들과 선생님.

◇레드카펫도 등장 = 합천 삼가중 졸업식에는 영화제 시상식에 나올 법한 레드카펫도 등장했다. 삼가중은 지난 10일 열린 졸업식에서 졸업식장을 가족식 테이블로 꾸미고, 이날 주인공인 졸업생들이 선생님의 손을 잡고 레드카펫을 밟으며 입장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또, 3년간 학교생활이 담긴 UCC 동영상을 상영하고, 학생 개개인의 인터뷰를 담은 꿈 키움 영상을 상영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졸업식에서는 이경구 교장이 직접 학생 한 명에게 장밋빛 미래를 응원하는 의미에서 장미꽃 한 송이를 선물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날 졸업식에 참석한 학부모는 "지금까지 봐 왔던 딱딱한 졸업식이 아닌 새로운 기획이어서 더욱 뜻깊었고 자녀의 꿈을 직접 들을 수 있어 좋았으며 학부모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형 졸업식이라 더 좋았다"고 만족해했다.

◇뮤직비디오 제작 = 평생 잊지 못할 졸업 선물을 스스로 만든 학교가 있다. 하동 악양중 3학년 1반은 졸업생 26명이 함께 '스물여섯 개의 꿈'이라는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뮤직비디오 제작은 학생들이 직접 가사를 쓰고, 안무를 맡아 진행됐고, 교사가 지인을 통해 곡을 받아 완성했다. 학생들은 틈틈이 교실과 운동장, 하동의 유명한 장소에 다니며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선물을 만들어냈다.

하동 악양중 학생들이 만든 뮤직비디오 한 장면.

하동 악양중 김도형 교사는 "졸업생은 25명이지만 3학년 1학기에 전학을 간 친구까지 포함해 제목을 '스물여섯 개의 꿈'으로 정했다"면서 "기획 단계부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만든 결과물이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데는 꼬박 6개월이 걸렸다. 학생들이 꿈, 미래, 졸업에 대한 가사를 쓰고, 시간이 날 때마다 하동 곳곳을 돌며 영상을 만들었고, 지난해 12월 녹음까지 해 작품이 완성됐다.

김 교사는 "악양중 전교생이 57명에 불과한데, 유튜브 사이트에 뮤비를 올리고 3000명 이상이 시청한 것만으로 커다란 성과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동 악양중학교 3학년 1반 학생들.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단 하나뿐인 졸업 선물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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