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 운동 시작 체전 등 각종 대회서 두각
"내 기록 경신하고자 노력…아시안게임서 메달 딸 것"

"신입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앞으로 좋은 성적으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올해부터 함안군청에 입단해 뛰게 되는 400m 허들 한세현(23) 선수의 전입신고다.

이번에 부산대학교를 졸업하는 그는 지난 연말부터 함안군청 육상팀에 합류해 훈련을 하고 있다.

전국체전 대학부 금메달을 딴 이력이 있는 그는 일반부에서도 체전 금메달을 따는 것이 입단 후 첫 목표라고 했다. 국가대표가 되는 것은 그다음 목표다. 국가대표 장대높이뛰기 선수인 형과 함께 쌍둥이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을 다는 것이다. 자신의 목표인 동시에 부모님께 효도를 위한 형제의 공동 목표인 셈이다.

하지만 그의 꿈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 너머에 있는 자신만의 목표를 향해 오늘도 한 발 한 발 허들을 뛰어넘으며 힘차게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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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을 푸는 한세현(왼쪽) 선수를 김정훈 감독이 지켜보고 있다. /유은상 기자

-언제 운동을 시작했나.

"부산에서 쌍둥이로 태어났다. 위에는 누나가 있고 쌍둥이 형이 있다. 누나가 먼저 육상선수를 하고 있었고 그런 누나의 권유로 초등학교 3학년 때 시작했다. 당시에는 그냥 뛰어노는 것이 좋아서 하게 됐다."

-쌍둥이의 장단점이 있을 텐데.

"형 이름은 두현이다. 장대높이뛰기 선수인데 고등학교 때부터 국가대표로 뽑히고 있다. 남들은 라이벌일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는 않다. 세부 종목이 달라 라이벌은 아니다. 그러니 장점이 정말 많다. 사실 지금까지 운동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쌍둥이였다는 덕이 컸다. 부모님에게 하지 못하는 이야기도 서로 나누면서 조언도 많이 해주고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힘이 됐다."

-어린 나이에 힘들지 않았나?

"초등학교 5학년 때 운동을 그만뒀다. 그때는 800m 선수였는데 어린 나이에 그 거리는 너무 힘들었다.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매일 운동하는 것이 힘들고 버거워 형과 같이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방학도 없고 학교 마치고 놀지 못하는 것도 싫었다. 그러다 중학교 때 체육선생님 눈에 띄었다. 뛰어난 자질을 썩히는 것이 아깝다고 다시 해보는 것은 어떠냐고 해서 시작했다."

-전국체전 징크스가 있다고 들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청소년 국가대표에 발탁돼 세계청소년올림픽에 출전하기도 했다. 전국체전 빼고 모든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 같다. 대학에 가서도 1학년 이후에는 그랬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는 예상하지 못했던 선수가 실력 이상의 기록을 달성하면서 금메달을 놓쳤다. 그렇다고 징크스까지는 아니다. 대학교 3학년 때는 체전에서 금메달을 땄고, 4학년 때도 1순위였지만 부상을 당하면서 꿈을 이루지 못했다."

-큰 부상은 아니었나.

"체전을 두 달 남겨두고 장경인대염이라는 무릎 윗부분 부상을 당했다. 제대로 걷지도 못했고 통증이 심했다. 처음 당하는 부상이라 무엇보다 정신적인 충격이 더 컸다. 앞으로 운동을 제대로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더 심했다. 많이 우울하고 힘들었다. 몇 달 치료를 받고 재활을 하면서 이제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많은 것을 깨달았다. 마인드컨트롤, 컨디션 관리를 비롯해 많은 것을 배우면서 한 단계 성장한 것 같다."

-자신의 장단점은?

"선천적으로 특출난 능력을 타고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쉼없이 달려왔다. 그런 꾸준함이 최고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다른 선수들을 보면 라이벌을 정해서 경쟁적으로 훈련을 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저는 자신과의 싸움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남을 이기기보다 할당된 운동량을 소화하고 저의 기록을 경신하고자 노력해왔다. 지금까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이틀 이상 쉬어본 적이 없다. 그러면서 조금씩 조금씩 기록이 향상됐다."

-경남으로 온 이유는.

"사실 여러 곳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 그런 과정에서 부산대 감독님이 함안군청을 권유하셨다. 아니 함안군청 김정훈 감독님을 추천해주신 것이다. 자신이 신뢰하는 수제자가 김정훈 감독님이라며 그 밑에서 배우면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믿었다. 물론 제가 하기 나름이지만 스카우트 과정과 그 이후에도 신뢰감이 생겨 믿고 따르고 있다."

-선수로서, 또는 그 이후 목표는.

"우선 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지금도 밤마다 시상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러기 위해 낮에는 그만큼 마음을 다잡고 훈련을 하고 있다. 그다음은 형과 함께 쌍둥이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다. 제 최고 기록이 51초17로 전국 2∼3위 수준이다. 그러나 아시아 기록과 차이가 있어 국가대표를 몇 년째 선발하지 않고 있다. 때를 기다리기보다 내가 기록을 단축해 여건을 만들겠다. 육상선수는 대략 30대 중반까지 할 수 있다. 앞으로 10년 안에 국가대표가 되고 이후 아시안게임에 나가서 메달을 따는 것을 마지막 목표로 생각하고 있다. 그다음 계획은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꿈을 이룰 때까지 거기에 매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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