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농아인 수백 명을 상대로 수백억 원대의 사기 행각을 저지른 일당이 검거되면서, 그 여파는 짐작 이상으로 심각하다. 36명의 조직원이 검거된 '행복팀'이라는 금융 피라미드 투자사기 집단은 농아인들을 조직원으로 모집해 지난 7년 동안 투자사기 행각을 벌였다. 현재까지 알려진 피해자만도 500여 명이며, 피해액도 280억 원대다.

농아인들이 같은 농아인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 이번 사건은 아직 밝혀져야 할 실체가 많다. 범죄자들이 오랫동안 전국을 무대로 삼아 피해자들에게 투자만 하면 몇 개월 안에 3~5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말로 돈을 쉽게 끌어들일 수 있었던 것은 피해자들과 끈끈한 유대 관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행복팀'은 피해자들과 수시로 결속을 다지는 모임을 열어 신뢰를 쌓았고, 피해자들이 조직 밖의 사람들과 만나는 것까지 차단했다고 한다. 범죄자들의 친밀 작전이 통했음인지 경찰 수사가 시작된 뒤에도 피해자 대부분은 자신이 사기를 당한 사실도 믿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까지 극소수의 피해자들만 경찰에서 상담을 받았다고 하니, 피해자들이 적극적인 신고를 꺼릴 경우 피해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단계 피라미드 사기의 경우 범죄자들이 피해자들과 끈끈하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려고 애쓰는 것은 일반적이다. 그러나 범죄를 당한 사실도 믿지 않을 정도로 범죄자들에게 비정상적인 신뢰를 느끼는 '행복팀' 피해자들은, 비장애인 사회와 단절해 자신들만의 커뮤니티를 이루는 처지에 놓인 장애인들의 현실을 알려준다. 낮은 정보력, 생활고, 비장애인 사회와 단절 등으로 농아인들이 사기 범죄에 쉽사리 노출된 것에 대해 우리 사회가 책임을 느끼고 이들의 피해를 적극 구제해야 할 것이다.

'행복팀' 조직은 이번에 처음 발각된 것이 아니다. 이들 사기단은 2012년에 한 명이 구속되었음에도 새로 조직을 꾸려 버젓이 범죄 행각을 이어왔다. 그 수법이 참으로 악질적이거니와 당시 일망타진 되지 않은 것이 아쉽다. 이들이 똑같은 범죄를 다시는 저지를 수 없도록 중한 처벌이 마땅하다.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 행각일수록 관용 없는 단호한 징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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