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시 부정적 국면서 꺼낸 목표
설득 없는 일방적 선전엔 상처뿐

'통합으로 이룬 창원, 광역시로 완성하자!'

창원 시내 곳곳을 뒤덮은 선전문구다. 언젠가 함께 길을 걷던 아주 시니컬한 한 지인은 광역시 선전판 앞에서 '통합으로 망친 창원, 광역시로 혼란 가중'이라고 읊조렸다. 나는 두 문구 모두 모종의 진실을 꿰뚫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창원 광역시' 실현 가능성에 회의감을 표출하는 이들이 아직 많은 것 같다. 그럼에도 창원시가 이토록 광역시에 목을 매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자들은 안상수 시장의 정치적 슬로건에 지나지 않는다고 폄훼하기도 하지만, 특정 국면에서 분출하는 당위적 목표와 맥이 닿아 있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다.

정부에서 추진한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부응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마산·창원·진해가 통합되긴 했지만, 막상 통합이 되고 보니 '어! 이게 아닌데'라는 시민 정서가 팽배해졌다. 행정 역시 도시 경쟁력이 정체되고 있다고 앓는 소리를 자주 한다. 정부에서 약속한 통합 인센티브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그마저도 이제 사라지고 있다.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통합이 추진되긴 했지만, 어쨌든 말 잘 듣는 학생처럼 고분고분 따랐는데, 오히려 체벌을 받고 있는 형국이라 할까?

3개 도시가 적절히 경쟁하고 협력하고 있을 때는 경남도의 통합적 지원이 원활하게 이루어졌다. 하지만 홍준표 지사와 안상수 시장의 악연까지 보태지면서, 경남도의 창원시 방치가 극에 달하고 있다는 게 창원시 공무원들의 하소연이다. '안 도와줘도 좋은데, 하는 일마다 감사한다고 달려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니 씁쓸함을 감추기 어렵다. 누가 옳으니 그르니를 따질 것도 없이 시민 처지에서는 한숨 나오는 행태다.

'광역시'가 모든 골치 아픈 문제를 일거에 풀 수 있는 만능키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지금 이 상태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없었다면 애초에 광역시 승격 구호 역시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관건은 그 실현 가능성인데, 한쪽에서는 "된다"고 하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안된다"고 하는 그 인식의 간극이 너무 넓다.

우리는 수차례 속았던 경험이 있다. 마산 준혁신도시 유치라는 이상야릇한 정치선동이 난무했던 적이 있고, 통합이 되면 뭔가 경천동지할 발전상이 펼쳐질 것처럼 들썩였으며, 정치적 사기극에 가까웠던 경남도청 마산 이전과 같은 공약마저 나돈 적이 있다. 뭔가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높았지만, 어느 순간 손을 펼쳐보면 모래알이 스르르 빠져나간 것처럼 손바닥만 서걱거렸을 뿐이었다.

임채민 기자.jpg

창원시가 광역시에 집중하면 할수록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도 커질 수밖에 없다. 사실 일선 공무원들 스스로가 얼마나 광역시의 현실성에 동의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끈질기게 토론하고 설득하는 과정 없이 일방적 선전만 이루어지고 있는 점 역시 석연찮다. 광역시 찬성이냐 반대냐는 이분법 프레임이 가동되는 순간, 영광 없는 상처만 남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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