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역 내에서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째 아내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신문 보도에서는 '아내가 술을 마셔서, 바람을 피우고 돌아다녀서, 말을 안 들어서' 남편이 아내를 죽였다고 살인 동기를 알렸다. 가정 내 폭력은 사적인 공간,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고 치명적 피해를 낳는다. 그러나 이것은 사회가 만든 결과이고, 사회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인식이 그 결과를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폭력은 사회로부터 배운다. 상습적이고 지속적인 폭력은 어떤 동기나 이유가 문제되지 않는다. 폭력 자체가 문제이다. '술과 바람피움'은 우리 사회에서 보통 남성에게 용인된 문화이다. 그런데 여성이 술? 바람을 피우다니? 이것은 사회적 기준에서 용납이 안 되고 결국 남편의 폭력을 정당화시킨다. 남편이 아내 폭력과 살인에 이르게 한 것은, 이유불문하고 문제라는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 그럼에도 아내의 술이나 외도 때문에 행한 폭력으로 알려지면서, '여성이 맞을 짓을 했다, 폭력은 정당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된다. 여성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지 않는 한 우리 사회의 아내 폭력은 근절될 수 없다.

폭력을 정당화하는 사회적 통념은 결국 잠재된 폭력을 시도하게 한다. 폭력은 평생 치유 못 할 상처를 안게 한다. 이제 이 악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 폭력을 경험하며 자란 자녀는 평생 상처와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되고 때로는 학습된 폭력으로 세습되는 일도 있다. 폭력이 가정 내에서 이뤄지면서 은밀하게 또는 참혹한 결과가 예견되지만, 우리 사회는 이러한 심각성에 무게를 두지 않는다. 상습 폭력에 시달린 피해자는 무기력으로 사회와 연결되지도 못하고 있어 더욱 심각하다. 폭력은 물리적 힘 외에 언어로, 돈을 주지 않거나, 정서적 폭력(무시·따돌림)도 있어 넓게 볼 수 있어야 한다.

대책은 다각도로 세워져야 한다. 당장은 어떠한 이유로도 폭력을 절대 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 그것은 범법행위로 인식시키는 것이다. 폭력을 가한 경우에는 가해자에 대한 철저한 처벌과 교정치료가 필요하다.

정말 필요한 것은 여성을 대하는 시각 교정이다. 여성에 대해 몸매나 외모, 나이, 사회가 말하는 여성성이란 것을 기준으로 요구하는 것, 여성이 남성보다 뛰어나면 안 된다는 인식, 여성이 사회적으로 능력이 떨어지면 멸시와 차별을 가하는 잘못된 인식을 깨야 한다. 여성이 사회적 위치나 임금에서 적정 수준을 요구하며 싸울 수 없게 만드는 이중삼중의 지배논리를 깨야 한다.

점진적 변화를 기대하기에는 피해가 너무 크다. 세계적으로 보면 한국 여성의 교육수준은 1~2위를 다투는데 성별임금격차는 '의문(?)의 꼴찌'이다. 사실상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단지 여성임이 그 원인이라고 국제사회에 알려졌다. 그런데도 한국 사회만 이 원인을 무시하고 있다. 전년도에 비해 여성보다 남성 취업률·합격률이 떨어지면 뉴스가 된다. 여성교사가 많으면 여성화가 문제라 한다. 사관학교 내 여학생 비율은 10% 이후 수준인데도 사회적인 문제의식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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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국가적인 대수술이 필요하다. 그 필요를 국회에서 결의하든지 대통령령으로 적극적 조치가 행해져야 한다. 예를 들면 성평등 국민교육헌장, 평등 10계명 실천, 대통령 법령 발표와 예산 투입·현장전문가 지원 등이다. 그리고 가정 폭력을 알리고 동네에서 벌어지는 폭력현장에 주목하고 개입해야 한다. 신문보도 또한 피해자 개인의 정보보호와 폭력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근절하도록 주제어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폭력을 끊으려면 의식과 환경변화로 적극적인 대책을 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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