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주인이다]분권, 기초의회 바로 세우기부터 (7) 통영시의회
기초의원 잇단 부도덕·막무가내 사건에 신뢰 추락
주민들 의정감시·참여 의지 강화 "잘 뽑자"확산

2015년 5월. 대부분 여성인 통영시민 50여 명이 통영시의회 본회의 개원을 막고자 의회 로비로 들어서는 시의원의 길을 막았다.

이 사건은 대단히 상징적이었다. 흔히 말하는 '주인인 시민'이 사상 처음 의회와 물리적으로 충돌하며 통영시의회 개원을 저지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는 홍준표 경남지사의 무상급식 관련 조례 반대와 홍 지사를 따라 이를 통과시키려 했던 김동진 통영시장에 대한 저항, 이를 찬성하는 시의회에 대한 저항이었다. 의미 있는 시민의 개원 저지였지만 시장과 시의원들을 위한 공무원들의 육탄 방어는 대단히 견고했다.

"우리가 주인이다."

시민들은 이날과 관련 집회에서 이 같은 원론적 내용의 구호를 외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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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시의회 본회의 전경.

◇지역 의원, 계속되는 일탈 = 통영시민들이 무상급식 저지 때처럼 의미 있고 조직적으로 주인임을 드러내며 생활정치를 들여다본 예는 많지 않았다.

시민들이 몰랐던 사이, 2013년 통영시의회 이장근 의원은 술자리에서 지역면장 뺨을 후려치고 무마 조건으로 돈을 뿌리면서 전국적 인물이 됐다. 이때 이 의원은 공무원노조의 강력한 반발에도 징계 없이 무사히 임기를 마쳤다. 이후 차 안에서 또 다른 시의원이 공무원을 발길질했지만 넘어갔고, 지난해 전병일 시의원이 '나이가 많으니 적으니' 문제로 또 공무원 얼굴을 '머리로 받고' 목을 조르며 폭행했다.

인근 고성군에서는 군의회 의장까지 지낸 의원이 성추행 실형을 선고받았다. 최을석 전 의장은 2015년 8월 한 찻집 여종업원을 성추행했다. 하지만 동료의원들은 그를 제명하지 않았다.

통영시 한 공무원은 "의원들이 물의를 일으킨 의원을 대하는 태도는 안면 때문이거나, 언젠가 문제를 저질렀을 때를 대비한 보험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의령군의회는 의장단 자리를 나눠 갖자며 혈서를 썼고, 창녕군의회는 의장단 선거 금품 수수 사건으로 의장·부의장이 구속됐다. 사천시의회는 80일이라는 의장단 선출 전국 최장기 파행 기록에 더해 원 구성이 되지 못한 3개월 동안 의정비와 수당은 또 꼬박꼬박 챙겼다.

하동군의회는 회의 장소가 좁고 개인정보가 유출된다며 의회 방청을 허락하지 않는 어이없는 조치를 취했다. 거창군의회는 후반기 원 구성 과정에서 성추문 논란과 SNS 음란물 게재, 남해·함양군의회, 거제·양산·김해시의회는 의장단 구성 문제로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여기에 더해 돈 문제와 금품살포 등 문제 또한 계속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를 확인하는 방법은 '○○○의회 논란'으로 인터넷 검색하면 관련 내용이 가감 없이 드러난다.

◇현실적으로 잘 뽑아야 = 의원들의 이 같은 일탈은 자질 문제와 제 식구 감싸기, 도덕적 해이, 자리욕심, 이념 갈등과 공천제 문제, 돈 문제, 무모한 행동 등이 실례였다. 이런 이유로 기초의회를 제대로 바로 세우기 위한 논의 중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지역 정치 수준 높이기, 정당공천제 폐지, 지방분권형 개헌 등이 있다. 여기에 언론의 역할, 시민단체 감시와 함께 의원 정책보좌관제 도입, 의회 사무처의 독립, 체계적 의원교육 프로그램 마련, 현실적으로는 시의원을 잘 뽑는 것이란 지적이 있다.

전직 진주시의회 한 의원은 "수년 전 일"이라며 "시의원을 잘 뽑으면 크게 달라질 수 있었던 예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한나라당 시의원이 내게 한 말이 있다. 1년을 쭉 따져 보니, 한나라당 의원 모두를 합쳐도 강민아 의원 한 명만을 못 따라가더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통영시민들의 의회 개원 저지 투쟁, 경남 전 지역 주민들의 무상급식 관련 저항과 함께 하동군민들의 군의회 방청거부에 대한 저돌적 정면 돌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동군의회는 지난해 하동참여자치연대의 의정 활동 감시에 대해 방청을 거부했다. 이에 군민들은 군의원 전원을 직권남용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법원에 방청불허처분 취소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결국 임시 방청을 허용받았다. 현재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다. 방청을 통해 군민들이 찾아낸 의회의 모습은 갑갑함이었다.

하동참여자치연대 강진석 대표는 "한마디로 낙제점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의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창의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했다.

주민이 법정 투쟁까지 하며 의회를 지켜보겠다는 의지가 없었다면 이 같은 평가는 없었을지 모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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