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경찰청 사람들] 류근창 폴네띠앙 회장
경찰 내부개혁 고민 커뮤니티·계급구조 완화 등 해법 제시
검찰 수사지휘권 박탈 주장도 "수사능력 충분, 협력관계 돼야"

"반성하고 연구하고 토론해야 한다."

국정농단 사태를 보면서 공직자들이 느끼는 자괴감은 크다. 실시간 생중계되는 혼란스러운 정국을 보노라면 그러고도 남을 일이다.

경찰 또한 마찬가지다. 권력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내부개혁을 위해 철저하게 반성하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방향을 고민하는 경찰관들도 있다.

'폴네띠앙'이라는 경찰관 커뮤니티가 있다. 경찰조직에서 개혁론자들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공론장이다. 류근창(48·경위) 폴네띠앙 회장을 만나 경찰 내부개혁에 대한 고민을 들어봤다. 그는 21년째 경찰직을 수행 중이다. 서울에서 시작해 고성경찰서, 마산중부경찰서, 경남경찰청에서 근무하며 파출소, 수사, 소년범죄, 112지령실, 정보 분야를 거쳤다. 현재는 경남경찰청 정보과 정보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류근창 폴네띠앙 회장.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 먼저 '폴네띠앙' 소개를 해달라.

"2000년에 만들어졌다. 폴리스와 네티즌 합성어인데 경찰조직에서 개혁론자, 불합리한 것에 대해서 얘기하고 토론하는 모임이다. 회원은 300명 정도 된다. 지난해 6월부터 회장을 맡았다."

- 21년 경찰 생활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조직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지나친 관료주의라 볼 수 있다. 계급 지상 우선주의. 계급과 보직에 의해 평가되는 것인데, 우리 스스로 만든 것이지만 개선할 때가 됐다."

- 결과만 중시하고 승진에만 목을 매는 구조가 됐다? 서로 경쟁을 붙여 성과를 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경찰에게 성과가 뭐가 있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 국민이 좋아하는 성과, 약자를 보호하는 것, 그런데 눈에 띄는 숫자로 평가하니까 범인검거 지수, 구속영장 발부율 등이다. 어느새 성과를 위한 성과가 돼 버렸다. 경찰청이 관심을 두고 많이 완화하려고 하지만 보완을 해야 한다."

- 현재 11단계인 계급구조를 줄여야 한다고 했는데 어떤 효과가 있나?

"상대적으로 부담이 줄어든다. 승진에 목매지 않고, 수직적 구조가 수평적 구조로 바뀔 거라 기대한다."

- 경찰도 직장협의회, 노동조합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도 있는데?

"직장협의회법에 가입할 수 있는 직종에 경찰을 넣으면 된다. 지금 공안직군 공무원 외에는 노조가 활성화되어 있다. 경찰도 열악한 근무환경인데 그런 문제에 대해서 소통할 수 있는 직협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 수사권 조정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검찰은 기소권도 독점하고 있고, 경찰은 검찰 지휘를 받아야 한다. 문제점은 무엇인가?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공약했다. 논의만 해왔다. 경찰과 검찰 간 갈등 생기면 언론은 갈등 좋아하니까 그렇게 쓴다. 국민은 불안해하고 흐지부지된다. 그렇게 벌써 20년이다. 이번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검사가 경찰 수사 지휘하는 것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견제와 균형을 위해서."

- 검찰이 특권을 휘두르면서 지금 국정농단 사태도 벌어졌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최순실 사태를 보면서 국민은 검사제도의 역기능을 많이 봤다. 검찰은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고 대한민국 모든 수사에 대해 좌지우지하는 지휘권을 가지고 있다. 경찰도 이제 수사능력이 충분하니까 미국이나 일본처럼 협력관계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눈치 안 보고 법과 원칙에 따라 경찰이 수사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내부개혁이 중요하다."

- 경찰 개혁이라면 권력으로부터 독립과 정치 중립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다. 국민으로부터 존중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중요한 것은 내부개혁이다.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리세팅'이 필요하다. 경찰청장도 장관급으로 격상해서 외부에 개방해야 한다. 정치적 중립은 대한민국 공무원 모두가 가져야 할 가치다. '너무 나가는 거 아니냐' 할까 걱정이 된다. 소중한 민주주의를 지켜나가겠다는 다짐을 한 번 보여주고 싶다."

-경민협(경찰의 정치적 중립과 민주적 개혁을 위한 전현직 경찰 및 가족협의회)을 만들었는데?

"이번에 최순실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이 권력 비난을 많이 한다. 우리도 한 축이다. 이런 시점에서 잘못한 거, 반성할 거 없는지 생각해야 한다. 조직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개선할 방향을 연구해야 한다. 그걸 정치인들이 봐달라는 거다. 우리도 유권자니까. 예를 들어 경찰조직에 일반 행정공무원도 있고 주무관도 있는데 주무관은 어린 나이에 들어와서 고생 많이 했다. 그런데 정원 반영도 안 되고 있다."

-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

"오프라인으로 나갈 것이다. 경민협 이름으로 내부개혁을 위한 토론회도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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