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상도 블로그]30년 근무한 신문사 퇴사 결정
경쟁·이득에서 한발 물러선 삶
발상의 전환·소소한 행복 선물
회사원 아닌 '나'를 찾은 계기로

<퇴사하겠습니다>를 읽었습니다.

"회사는 사랑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도망치고 싶을 때가 아니라 자신에 대해 돌아보고 싶을 때 읽을 것!"

재미있는 부제가 달린 책이었습니다. 제목부터 호기심을 끌 만했습니다. 저자는 이나가키 에미코입니다. 일본 명문 국립대를 졸업하여 1987년 일본의 대기업인 아사히신문사에 입사합니다. 30년간 회사를 위해 나름 온 힘을 다하고 올해 1월, 후회 없이 퇴사했습니다.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이 현재 무직 상태입니다. 그러나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희망에 차 있다고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퇴사했기 때문입니다.

저자의 퇴사는 충동적으로 이뤄진 일이 아닙니다. 나름의 약속이 있었고 준비기간이 있었습니다. 준비라는 것이 더 많은 노후 자금을 악착같이 모은 것이 아니라 인생을 가볍게 사는 준비를 한 것입니다. 간단한 예로 집에 있는 전자제품을 하나둘씩 없애고, 전기를 쓰지 않는 삶을 실천하며, 마트가 아닌 시장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집에 냉장고가 없기에 많은 음식을 살 수 없고, 그날 먹을 만큼만 매일 장을 봅니다. 집에 전기를 쓰지 않기에 귀가하면 초를 켭니다. TV를 켜지 않기에 바깥에서 들리는, 밤의 소리를 오롯이 느낄 수 있습니다.

<퇴사하겠습니다>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그녀는 젊은 시절 쇼핑을 하며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우러러보고 쇼핑백을 양손에 그득 들고 나오는 것이 행복인 줄 알았다고 고백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닫게 되지요. 그 옷들은 집에 들고 오는 순간까지만 행복하고 옷장에 넣는 순간, 그 기쁨은 사라진다는 것을. 매 계절이 되면 집에 옷이 많음에도 연례행사처럼 또 옷을 사러 가는 자신을 보며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가를 고민합니다. 결국, 쇼핑이 필요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된 소비욕구로 인해 이뤄졌음을 알게 됩니다.

그녀는 회사를 나옴으로써 삶의 가치를 알게 됩니다.

저자는 회사에 다닐 때의 자기 모습과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의 생활의 당황스러움에 대해서도 코믹하게 설명합니다. 회사에 다닐 때는 너무 쉽게 이뤄지던 사회관계나 서비스도 회사를 그만두니 너무나 힘든 일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신용카드 발급과 집을 구할 때였습니다. 회사에 있을 때는 너무나 쉽게 발급받고 집을 구할 때도 신경 쓸 것이 없었는데 무직이라고 하니 절차가 까다롭고 부동산에서도 믿고 계약을 하지 않더라는 일을 소개합니다. 저자는 그러니 '퇴사하지 마라!'가 아니라 퇴사하기 전에 미리 해 두어야 할 일들을 알려줍니다.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놀랄 만큼 똑같았습니다. 우선 다들 하는 말이 '아깝지 않아?'였습니다. 아까워? 대체 뭐가? 대답은 가지각색이었지만 한마디로 그냥 회사에 남는 편이 '이득'이지 않겠느냐는 말이었지요. (중략) '이득이 있다'는 것은 사실 무서운 겁니다. 예를 들어 맛있는 음식, 초밥이나 스테이크, 케이크 같은 걸 매일 먹으면 어떻게 될까요? 건강을 해쳐 일찌감치 죽게 될 겁니다. 하지만, 한번 이런 음식에 빠지면 웬만해선 헤어나올 수 없게 됩니다. 왜냐하면, 큰 행복은 자그마한 행복을 보이지 않게 하니까요."

저자는 이득에 길들어서 사는 삶에 대해 공포를 느끼고 도망을 치는 선택을 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물을 수 있습니다. 왜 우리는 고용불안, 승진누락, 적은 임금, 지나친 경쟁을 추구하는 회사에 연연하는 걸까요? 저자는 아래와 같이 진단합니다.

"고용된 사람이 입 딱 다물고 불합리한 처우를 참는 것은 결국 먹고살기 위해서입니다. 다시 말해, 돈 때문입니다. 물론 일에는 '보람'이 있고, 일이 '사는 보람'이라는 사람도 많을 테지요. 그러나 돈을 받지 못해도 역시 그 회사에서, 그 일을 계속 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까? 그러니까 나는 이렇게 묻고 싶은 것입니다. 회사에서 일한다는 것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돈에 인생을 지배당하는 것 아닌가요?"

사회는 유기적으로 결합해 있습니다. 회사에 다니는 사람은 자신은 회사에 다니며 일을 하기에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직업이 없는 전업주부, 학생들, 취업희망자들, 퇴임하신 분들은 사회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지 않는 것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회사에서 일하지 않는 사람도 분명히! 사회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회사원이 사회를 지탱한다는 것은 잘못된 말입니다. 즉 사회를 지탱하고자 회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무조건 옳은 말은 아닙니다.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우리 사회에 무조건 해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저자는 자신이 회사를 그만둔 가장 큰 이유는, '돈'보다는 '시간'과 '자유'를 더 원했기 때문이라고 소개합니다.

저자는 많은 돈을 저축하고 난 후 시간과 자유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저자는 욕심을 덜 가지고 소비를 덜 하는 삶을 사는 법을 체득했습니다. 그리고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과 연대를 위해 일하는 법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됩니다. 그러니 점점 더 행복해지더라고 소개합니다.

"(직장생활을 할 당시) 내가 추구했던 '행복'이란 모조리 돈이 있어야 가능한 것들뿐이었습니다. 조금 더 돈이 있으면 조금 더 행복해질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아무리 돈이 있어도 결국은 만족하지 못합니다. 아직 모자라니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악순환이 지속할 뿐입니다."

행복을 돈으로만 충족하는 삶은 악순환을 되풀이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저자는 근본적으로 사고방식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마침, 저자는 오사카에서 다카마쓰로 인사이동을 하게 됩니다. 도시에서 시골로 내려온 턱이지요. '왜 하필 나야'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카마쓰에서는 인력이 많지 않았기에 일이 많았습니다. 너무 많은 시간 일을 했기에 돈을 쓸 기회가 없었습니다. '헤픈 생활을 통한 행복의 추구'를 포기하게 된 것이죠. 하지만, 그녀는 즐거움을 찾고자 많은 노력을 합니다. 농산물 직거래 장터에 다니며 계절 채소의 매력에 빠집니다. 도시생활을 할 때는 마트에 언제나 무가 있었기에 무의 고마움을 몰랐습니다. 하지만, 농산물 직거래 장터에서는 무를 너무 먹고 싶어도 철이 되지 않으면 무가 없습니다. 어느 순간 기다리고 기다리던 무가 장터 선반에 큼직큼직하게 들어섭니다. '무야. 드디어 무가 나왔어.' 그때의 그 기쁨이란, 비싼 물건을 많이 살 때의 기쁨과 비할 바가 아니었습니다.

이 책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언제까지 조직에서 일을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할 때가 있습니다. 일을 해야 하기에 아이들을 다른 곳에 맡기는 삶이 그리 행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좋은 학원에 가는 것이 아니라 부모들과 함께 노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자괴감은 더 커졌습니다.

<퇴사하겠습니다>를 읽고 당장 퇴사하겠다는 용기가 나진 않습니다. 적어도 퇴사를 하는 것이 내 인생이 끝나는 것이라는 공포감은 상당부분 해소됩니다. 회사에 더 붙어 있으려고 내 인생을 바쳐 노력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회사 입사가 목표인 분들, 회사를 그만두실 분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저자의 행동이 자신의 여유 덕분에 가능했던 배부른 투정이 아니라는 것을 책의 한 구절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는 지금껏 끊임없이 무언가를 얻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무언가를 버리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진정한 행복과 통하는 길일지도 모릅니다."

/김용만(마산 청보리의 함께 사는 세상 yongman21.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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