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 중인 손배소 '재갈물리기' 의혹
승소해도 '상처뿐인 영광' 큰 결단을

안상수 시장님. 누구에게 편지를 쓰면서 이렇게 고민해보긴 처음이지 싶습니다. 몇 번을 지우고 다시 쓰기를 합니다.

요즘 시장님의 왕성한 활동을 보면 창원시의 역동성을 느낍니다. 며칠 전 제2기 관광진흥위원회 출범식에서 창원시 관광 정책에 '예술'이 빠져 있다며 쓴 소리를 했다지요? 이날 담당 공무원의 실책이라고 하면서 '용지호수와 창원광장을 어떻게 꾸미고 활용할 것인지를 조언해줄 예술가가 부족하다'는 질타에서 창원시의 미래가 기대되기도 했습니다. 또 며칠 전에는 지역 국회의원들과 소통을 강조하셨지요? '국회의원이나 행정기관은 시민에게 봉사하고자 존재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국회의원 지역사무소로 접수되는 건의나 불편사항도 모두 우리 시민의 소중한 민원'이라고 생각하신 시장님의 의지에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그런데 시장님의 강력한 시정추진에 우려스러운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사실 이 편지를 쓰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바로 '창원문화복합(SM)타운 조성사업'과 '북면 오폐수 무단방류 사건' 관련 TV 프로그램에 대한 창원시 법적 대응 문제입니다. KBS창원 기자 2명과 프로그램에 출연한 시의원 등 모두 5명에게 각각 1억 원씩 손해배상소송을 냈더군요.

'시민의 알 권리'를 거론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창원시로서도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내린 소송이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안 시장에게서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향기가 난다"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진주의료원 강제 폐업 사태를 다룬 기사와 관련해 홍 지사가 <한겨레> 기자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떠올리기 때문입니다. 해당기사로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홍 지사가 1억 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가 패소한 내용입니다. 당시 소송을 낸 의도가 소위 '언론 재갈물리기'였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저 역시 신문사에 몸담은 기자로서 이번 창원시의 소송이 자칫 언론과 의회 길들이기 차원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지울 수 없습니다. 특히 SM타운 조성사업은 현재진행형인 데다 갖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팩트에 근거한 기사를 쓴다고 하더라도 후배들이 당장 자기검열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당장 어제는 경남울산기자협회가 성명을 냈습니다. 이른바 '전략적 봉쇄소송'에 지나지 않는다고요. 창원시가 이런 것을 염두에 두고 한 일이라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이런 까닭에 해당 프로그램에서 나온 내용이 창원시 주장처럼 '악의적'이라 하더라도 해결방법이 민사소송이었다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하청일.jpg

안 시장님. 시민 모두는 창원시가 '기-승-전-광역시'라고 할 만큼 '광역시 승격'에 온 행정력을 쏟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소송과 같은 일로 자칫 시민의 화합에 균열을 내고 힘을 분산하는 게 아닌지 우려됩니다. 더구나 소송에서 창원시가 승소한다고 해도 '상처뿐인 영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무쪼록 이번 일이 잘 마무리되도록 시장님의 대승적인 결단을 기대해 봅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