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93억 예산 삭감이라는 충격 속에 연일 계속되는 피해 시민들의 거센 항의와 반발을 지켜보며 올해 진주시 살림살이를 실무적으로 편성한 팀장으로서 내 잘못인 양 너무나 죄송스럽다. 어떤 팀장은 자신 소관 업무의 예산이 송두리째 날아가서 할 일이 없어졌다고 쓴웃음을 짓는다.

이런 와중에 창원 사람이 '진주시, 일하지 말라는 소리 과연 맞나?'(2월 8일 자 10면)라고 분석한 글을 보게 되었다. 옆 동네 사람이 어떤 자료를 근거로 어떤 의도로 진주시 예산에 대해 왈가왈부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제쳐 두고라도 그 내용이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어 따져 보고자 한다.

진주시의 1조 800억 당초 예산 중 93억 삭감은 0.85%에 불과한데 양산시는 7800억 예산 중 240억 삭감으로 3.08%에 이른다며, 진주시가 일하지 말라는 소리가 맞으려면 양산시는 모든 행정이 마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참 어이가 없다. 이런 글을 쓰려면 적어도 공공예산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식은 갖춰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몰라도 너무 몰라 답답하기 그지없다.

예산은 인건비·관리비·법정경비 등의 경직성 경비와 사업비로 구분한다. 올해 진주시 예산안 중 인건비 등 절대 삭감할 수 없는 경직성 경비(76%)를 제외한 순수 사업비(24%)는 2500억 정도로 삭감된 93억은 0.85%가 아니라 3.8%가 맞다. 또한 양산시 예산은 8900억이며, 삭감 내용 또한 부산시 예산 미확보에 따른 양산시 도시철도 분담금 110억 등 이유있는 삭감으로서 경제·교육·교통·체육 등 전 분야에 걸쳐 이유 없는 묻지마식 삭감이 된 우리 시와는 아주 다르다.

또 삭감예산에 대해 홍보성·행사성 등으로 주먹구구식 열거를 하면서 꼭 편성하지 않아도 되는 사업들이라 말하는데, 사업내용과 삭감 경위를 정확히 모르고 한 주장이다. 삭감된 홍보성 예산 중 대표적인 진주소식지 예산은 특정 시의원이 시보 편집위원으로 위촉되지 못한 분풀이로 삭감되고, 법령이나 의무적인 행정절차로 이루어지는 고시·공고 예산까지 무더기로 삭감되었다. 행사성 예산도 마찬가지다. 보육교직원의 하계연수회와 보육시설 견학 예산이 왜 필요 없다 하는가? 보육교직원의 자질 향상 없이 아동복지의 질 향상은 있을 수 없으며, 이를 삭감한 것은 아동복지를 외면한 것이다.

특히 황당한 것은 시설비와 용역에 대한 언급이다. 진주대첩 기념광장 조성 예산 10억을 예로 들며 꼭 편성하지 않아도 되는 예산이라고 분석하고 있는데, 이는 문화재 발굴을 위한 도로 폐쇄로 예상되는 교통대란을 막고자 편성한 것이다. 집중호우 등에 따른 도로 파손, 유실 등에 대처하고자 긴급 도로보수 예산 15억과 상습 교통체증 해결을 위한 진주~사천 광역도로망 구상 용역 예산 2억 등이 삭감된 주요 예산인데, 정말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시민 안전과 불편 해소를 위한 예산조차 편성할 필요가 없다면 도대체 예산은 어디에 써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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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동네에서 진주시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삭감 예산은 꼭 편성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라고 분석한 창원경실련 간부는 진주시의회에 대해서는 참 너그럽다. 의장 승용차 구입 예산 삭감을 큰 자구책으로 띄우면서, 의회의 해외연수에 대한 언론 질타를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예쁘게 보면 모든 게 꽃이고 밉게 보면 모든 게 풀이라 했던가. 보육교직원은 연수가 필요 없다고 예산을 삭감해 놓고, 시의원은 자질향상을 위해 해외연수를 간다 하면 누가 이해하겠는가. 그런데도 이에 대한 질타가 부당하다니 몇몇 예산 삭감을 주도한 시의원을 너무나 예쁘게 보는 그 이유가 궁금하기조차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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